국내 귀화 패션 브랜드들의 실적이 지난해 줄지어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뗑킴·마르디 메크르디 등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약진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양새다. 브랜드 노후화 등이 원인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크리에이션엘은 지난해 영업손실 28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496억원, 당기순손실은 18억원을 기록했다.
루이까또즈는 프랑스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태진인터내셔날이 2006년 31억원에 인수해 국내 귀화 브랜드가 됐다. 이후 엑스얼라이언스(옛 태진인터내셔날)가 운영해왔으나, 2021년부터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크리에이션엘이 전개하고 있다. 크리에이션엘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21년 법인을 분할 설립한 이후 처음이다.
대표적인 귀화 패션 브랜드인 휠라도 지난해 실적이 꺾였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 창립된 회사를 2007년 한국 지사인 휠라코리아가 4500억원에 인수하면서 귀화 브랜드가 됐다. 휠라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고, 매출액은 3676억원으로 26% 줄었다.
형지그룹이 2016년 37억원에 인수한 프랑스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운영사 까스텔바작은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전년 대비 적자 규모를 90% 가까이 줄였으나 영업손실은 1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출도 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가량 덩달아 감소했다.
국내에서 MCM을 운영하는 엠씨엠코리아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MCM은 1976년 독일에서 탄생한 브랜드이지만, 2005년 성주그룹이 25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엠씨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1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브랜드들의 노후화가 가속화하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진 것을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국내 도입 초기에는 전통 있는 해외 브랜드라는 점으로 시장에 안착했지만, 이들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지 많게는 30년가까이 된 상황에서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신진 국내 브랜드가 떠오르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실적은 지난해 일제히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설립된 마뗑킴은 지난해 765억원의 매출액과 20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각각 전년 대비 164%, 392% 증가했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액은 687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57억원으로 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더에러를 운영하는 파이브스페이스의 매출액은 427억원으로 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133% 늘었다. 두 회사는 각각 2018년, 2019년 설립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브랜드를 가져오면 성공한다는 옛날 개념이 더는 국내 시장에 통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브랜드 스토리는 물론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소구력이 있어야 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