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서울에 모였다. 음식이라는 언어 앞에 국적은 상관 없었다.

산펠레그리노와 아쿠아파나가 후원하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Asia's 50 Best Restaurants·A50B)' 시상식이 2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렸다.

A50B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을 발표해 온 영국 미디어 기업 윌리엄 리드가 2013년부터 시작한 시상식이다. 유럽·미국보다 덜 알려진 아시아 레스토랑과 셰프를 발굴하고 아시아 미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개최했다.

아시아를 인도, 동남아 남부, 동남아 북부, 홍콩·대만·마카오, 중국 본토와 한국, 일본 이렇게 6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 별로 배정한 50여 명 전문 평가단이 투표로 순위를 결정한다.

올해는 318명 선거인단이 10표씩 총 3180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18개월 내 방문한 식당 중 10위까지 선호도 순으로 나열해 제출한다. 이 결과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가 집계해 득표 수를 산정한다.

올해 한국에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4곳이 뽑혔다. 수적 확대를 이루지 못했지만, 내실은 다졌다.

국내 식당 가운데 밍글스가 가장 높은 13위에 올랐다. 세븐스도어는 18위, 온지음은 21위, 모수는 41위였다.

밍글스는 지난해 28위에서 13위로 크게 뛰어 올랐다. 세븐스도어 역시 지난해 50위권 밖에서 올해 리스트로 진입했다. 온지음은 23위에서 21위로 순위가 소폭 상승했다.

모수는 지난해 15위에서 41위로 떨어졌다. 대신 모수는 동료 요리사들이 뽑은 우수 레스토랑을 뜻하는 '셰프스 초이스' 상을 받았다.

그래픽=정서희

이 행사는 국가가 아닌 도시별로 식당 소속을 발표한다. 올해 50위 안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도시는 싱가포르였다. 20%에 가까운 9곳이 순위에 들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순위는 낮았다. 싱가포르 레스토랑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레스토랑은 10위 오데뜨였다. 이보다 앞선 1위부터 9위가 모두 싱가포르 바깥에서 나왔다.

오히려 태국 방콕이 8곳을 50위 안에 넣으면서 선전했다. 방콕은 팬데믹 이후 아시아 미식 중심 도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홍콩 역시 올해 리스트에서 돋보였다. 홍콩은 6곳을 50위 안에 넣었다.

일본 도쿄는 5곳으로 서울을 근소하게 앞섰다. 대신 도쿄 레스토랑들은 순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올해 1위에 뽑힌 프렌치 레스토랑 세잔(Sézanne)이 도쿄에서 나왔다. 2위 플로릴레쥬 역시 도쿄 기반 레스토랑이다. 8위에 오른 덴과 14위 나리사와, 39위 사젠카도 전체적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임성재 모수 셰프는 "서울과 옆 나라 일본 도시를 두고 비교하면 문화적인 차이, 미식 문화가 시작한 시점 때문에 서울이 뒤처진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각 셰프들이 나름대로 정체성을 찾아서 그 부분을 더 잘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올해 시상식에는 여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아시아 맛이 묻어났다.

싱가포르나 방콕, 홍콩, 도쿄 같은 전통적인 미식 중심 도시 위세를 뽐냈지만, 이에 못지않게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대만 등지 새 레스토랑들이 순위 안에 진입했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 미식 저변이 점차 넓어지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갈수록 늘어나는 레스토랑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셰프들은 일식 혹은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같은 특정 요리 스타일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본인 경험을 직접 레시피(요리 방법)에 녹이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올해 1위를 거머쥔 세잔의 다니엘 칼베 셰프는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 프랑스식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세잔에서 내놓는 요리는 기술적 혹은 근본적인 정서 면에서도 프랑스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홍콩에서 시작해 일본과 중국을 거쳐 영국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받았던 영감을 투영한 지극히 개인적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