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사나 안부를 물을 때조차 ‘밥’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갈 정도로 삼시세끼 식단에서 밥은 빠질 수가 없다. 이런 한국인들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일일 권장량인 100g의 세 배가 넘는 307.8g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수화물, 특히 백미와 같은 정제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는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키고, 비만과 각종 질환의 주된 요인이 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무병장수의 비결로 “혈당관리”를 꼽았다. 100세까지 산 노인의 혈액검사를 최대 35년간 추적한 결과, 100세인의 혈당의 수치가 비100세인의 혈당 수치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건강하게 100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혈당을 낮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평소 섭취하는 백미는 섭취 후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여 당뇨병 환자, 체중조절이 필요한 경우 적절하지 않은 곡물일 수 있다. 이에 백미를 대체할 수 있는 고대곡물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로’다.
파로란 엠머, 아인콘, 스펠트 세 가지 고대 곡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며 이 중 주로 엠머 밀을 파로라 칭한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건강에 관심이 높고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이탈리아 및 유럽, 미주 등에서는 이미 큰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10가지 고대작물로 선정된 바 있다.
파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주로 경작되고 있다. 이 지역은 고도가 높고 추우며 건조한 지역이지만 파로는 고대곡물답게 이러한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경작지에서는 화학살충제나 제초제, 비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나아가 EU법령을 준수하여 윤작을 통해 파로를 재배함으로써 땅에게 2년간의 휴지기를 주고 품질과 퀄리티가 우수하게 유지되도록 노력 중이다.
파로는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역사가 이어졌는데,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명언을 남긴 고대 로마 장군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가 장기간의 전쟁에서 군대의 포만감을 유지하는데 톡톡히 공헌한 파로를 전리품으로 들고 왔으며, 당시에는 그 든든함과 가치 때문에 로마 내에서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을 정도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고든램지 등의 유명 스타 쉐프들이 파로를 이용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정제 및 변형된 현대곡물들이 혈당스파이크나 각종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변형되지 않고 높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고대 곡물로의 식단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높은 생산효율을 위해 변형된 현대 곡물들은 여러 차례의 교배를 거치면서 병충해에는 취약해졌고 섭취 후 여러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고대곡물 파로의 핵심은 높은 저항성전분, 풍부한 섬유질 그리고 다양한 항산화 물질 및 영양소 함유다. 높은 저항성전분은 소화를 천천히 도와 혈당 급상승(혈당스파이크)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지시켜 체중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파로의 저항성 전분 수치는 백미의 2,670%, 현미의 약 650% 수준인 것으로 논문을 통해 연구돼 있다.
풍부한 섬유질로 변비를 예방, 장 내 독소배출을 원활하게 도움으로써 건강 유지에도 탁월하다. 또 한 번 백미와 비교하자면 234%이상, 현미의 약 216% 이상에 달한다. 또한 파로는 저탄수화물, 저당, 고단백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저당 곡물로 알려져 있는 카무트(7.84g)보다도 당 수치가 3배 이상 낮은 2.4g수준이다.
당수치가 낮아 혈당 관리에도 효과적인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식단에 파로를 첨가한 결과 지방 및 LDL콜레스테롤 농도가 감소했음을 확인했으며, 공복 혈당 수치 또한 감소했다.
파로는 칼슘, 마그네슘, 철, 구리와 같은 성분들과 흡착하여 인간의 미네랄 흡수를 방해해 영양결핍을 유발하는 피트산의 함량이 현저히 낮아 건강한 영양소 흡수 및 소화를 더 원활하게 도와준다. 이외에도 파로는 필수 아미노산 10종과 비타민 10종, 무기질 9종까지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카로티노이드, 루테인, 셀레늄, 페룰산 등의 항산화물질이 풍부한데 이 물질들은 면역력 증진과 노인성 질환 예방, 피부노화 방지 및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