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SPC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 운영사) 본사 사옥인 SPC2023 1층, 배스킨라빈스는 이곳에 연구개발(R&D) 센터를 표방하는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워크샵)' 매장을 열었다.
워크샵은 배스킨라빈스가 본사 직제조 제품과 신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공간이다. 매장 인테리어, 신제품, 한정 메뉴와 서비스 등 1년여간 준비한 끝에 문을 열었다.
워크샵 매장은 330㎡, 100석 규모다. 일반적인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에 비해 3~4배 크다. 개점 둘째 날인 이날엔 매장에 마련된 자리가 부족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서있는 바람에 다소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일반 배스킨라빈스 가맹점 디자인에는 핑크색이 사용되지만, 이 매장에는 핑크색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 조성희 비알코리아 상무는 "미래 지향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비알코리아는 이 매장을 배스킨라빈스의 신제품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일례로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12개의 한정 메뉴를 선보인다. 한정 메뉴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이를 가맹점들로 점차 확산해 공급하겠다는 게 비알코리아의 계획이다.
공장에서 생산돼 가맹점으로 납품되는 기존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메뉴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본사의 셰프들이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12개의 메뉴는 대용량으로 포장 구매할 수 없고,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싱글레귤러(한 덩이)와 샘플러 형태로 제공된다.
샘플러는 한 컵에 50g씩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아 4구, 8구씩 세트로 파는 메뉴다. 싱글레귤러 가격은 2900원, 샘플러 4구와 8구는 각각 7600원, 1만4800원씩이다. 싱글레귤러의 경우 기존 배스킨라빈스 메뉴 가격과 같다.
샘플러 8구를 주문해 먹어봤다. 와사비맛, 사랑에 빠진 체리, 그린티 쿠키앤크림, 크렘 드 마롱 등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이색 메뉴들로 구성했다. 가장 맛이 궁금했던 와사비맛은 참크래커 과자를 얹어 제공됐다.
와사비맛은 첫입에는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목구멍으로 크림을 넘겼을 때 알싸한 고추냉이 향이 입 안에 남았다. 민트초코칩 아이스크림처럼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 맛이 가맹점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와사비맛 아이스크림을 시식한 일부 방문객들도 소량을 입에 넣은 후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비알코리아는 이 매장 한정 메뉴 12개 가운데 4개를 그린티(녹차) 파생 메뉴로 구성했다. 인기 메뉴인 그린티에 다양한 맛을 섞어 변주를 준 것이다. 녹차 맛을 기반으로 얼그레이, 오렌지 자스민 등의 메뉴가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 한가운데에서는 차가운 철판에 아이스크림 재료들을 섞어 비벼서 만드는 젤라토를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비비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조성희 상무는 "배스킨라빈스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젤라토"라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이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알코리아는 워크샵을 향후 하나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워크샵은 배스킨라빈스가 선보인 세 번째 이색 매장이다. 이 브랜드는 일반적인 가맹점 외에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주력 매장인 '하이브한남', 100가지 맛을 선보이는 '백플레이버' 등을 이색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향후 이 매장에 챗GPT로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품 모양까지 그려내는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아직은 AI를 활용한 메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면서 "아이스크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기획자, 연구원들이 AI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질문을 던져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메뉴의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