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표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스타 식당에 대한 외식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미쉐린으로부터 스타를 받은 식당들 중 다수가 폐업이나 외국 이전으로 영업을 하지 않거나 주방장 교체 등 큰 변수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의미하는 3스타에 선정된 레스토랑 두 곳이 최종 폐업한 상황이라 현재 한국에는 3스타 레스토랑이 없는 상태다. 이에 새로운 3스타 식당이 탄생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선정 스타 레스토랑 발표 및 시상식/뉴스1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미쉐린은 오는 22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과 부산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식의 성서’라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는 올해로 발간 123년을 맞았다. 서울판은 2017년 출간 이래 여덟 번째다. 올해부터는 사상 처음으로 부산편도 발간한다.

지난해 별을 받은 레스토랑은 총 33곳이다. 3스타 레스토랑이 2곳, 2스타 레스토랑이 7곳, 1스타 레스토랑 24곳이 선정됐다.

1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2스타는 ‘요리가 훌륭해서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스타 리스트

이중 3스타를 받은 가온과 모수 서울은 올해 초 모두 폐업했다. 가온은 증류식 소주 ‘화요’를 만드는 광주요 그룹이 2003년부터 서울 강남에서 운영해 온 곳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되기 시작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3스타를 유지해 온 유일한 한식당이다.

하지만 가온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2017년부터 6년 연속 지속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완전 자본잠식이란 적자가 계속돼 납입자본이 모두 바닥나고 결국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로 접어들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모수는 CJ제일제당(097950)이 지난 2017년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2스타에서 3스타로 승격됐지만 CJ제일제당은 모수를 운영하는 오너 셰프 안성재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지난달 영업을 종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안 셰프가 CJ와 별개로 홍콩에서 모수 홍콩을 운영하는 등 개인적 활동을 원했고, 이런 부분에서 CJ제일제당과 의견차가 있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CJ그룹이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파인다이닝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고급 한식의 세계화라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모수를 운영했으나 키를 쥔 계열사가 여러번 바뀌는 등 과정 속에서 희석되며 좌초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서울 신라호텔 라연의 3스타 복귀도 점쳐진다. 라연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발매된 이후 매년 3스타를 받아왔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2스타로 강등됐다.

작년에 선정된 8곳의 2스타 레스토랑에서 3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2스타 식당 개수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업장의 해외 이전이나 셰프 교체 등 변수 때문이다.

작년 2스타를 받은 더 플라자 호텔의 주옥은 내년부터는 미국 뉴욕으로 이전해 영업할 예정이다. 또 이중 유일한 스시가게인 코지마의 경우 한국 스시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박경재 셰프가 진두지휘했지만 지난해 중반 김우태 셰프로 총괄 주방장이 교체됐다.

업계는 이같은 흐름이 한국 파인 다이닝이 처한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막대한 인건비와 재료비, 상대적으로 낮은 회전율 등으로 3스타를 받은 명망있는 레스토랑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오마카세를 비롯한 파인 다이닝이 인기를 끌며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고물가에 따른 원가부담 등으로 지속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점심 한 끼에 20만원, 저녁 한 끼에 40만원을 넘나드는 파인다이닝을 갈수있는 사람의 숫자는 애초에 매우 제한적“이라며 ”소비층 자체가 매우 약한데 경기침체까지 되다보니 사람들이 가기가 부담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인다이닝은 수익화가 어려운 사업이라 외국은 셰프가 돈이 되는 여러 업장을 하면서 수익보단 예술과 경험을 선사하는 의미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한국은 아직 그런 구조가 아니라 단독 매장이 생존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