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이소룡 주연 홍콩영화 정무문(精武門)에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역사가들은 이 문구가 1886년 문을 연 중국 상하이 황푸공원 간판에 쓰였다고 추정합니다. 당시 영국, 프랑스, 미국은 반강제로 상하이 노른자위 땅에 조계(租界)를 설치했습니다. 조계는 개항 도시에 조성한 외국인 전용 근거지입니다. 열강(列強) 국민들은 이 지역에서 치외법권을 누렸습니다.

본래 땅 주인이었던 중국인들은 외국 열강 국민에게 자리를 내줬습니다. 간판에 쓰인 대로 조계 안 식당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21세기 우리나라에도 한국에 있지만, 한국인은 들어갈 수 없는 식당이 더러 존재합니다. 일부는 경영 전략을, 또 다른 곳은 보안을 이유로 듭니다. ‘이전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역사성을 강조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가령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한국 소비자를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이 곳은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를 표방합니다. 미국 카지노 리조트 운영기업 모히건이 동북아 최대 복합리조트를 목표로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였습니다. 지난 23일에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로부터 별 다섯개 호텔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먹고 마실 만한 곳이 즐비합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관계자는 “유럽과 아시아에 처음 소개하는 마이클 조던 스테이크 하우스부터 일식, 중식, 유럽풍 요리, 뷔페까지 특별한 미식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식 여행의 정점은 중국 남부 광둥요리 전문점 영사헌(迎仕轩)입니다. 영사헌은 거대한 리조트에서 단 하나 뿐인 파인 다이닝입니다. 리조트는 영사헌을 ‘정통 광둥식 파인 다이닝’이라 표현합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는 영사헌의 맛을 즐길 수 없습니다. 이 곳은 외국인 카지노 안에 있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설계 단계부터 영사헌을 일반 음식점과 동떨어진 카지노에 배치했습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관계자는 “한국 분들은 들어갈 수 없다”며 “내국인들을 위해 ‘홍반’이라는 다른 중식 레스토랑을 카지노 바깥에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조트는 홍반을 ‘캐주얼 다이닝’으로 구분합니다. 파인 다이닝보다 저렴한 음식을, 격식을 갖추지 않고 먹는 곳입니다. 실제 영사헌은 간판 메뉴로 광둥 사람들이 극품진미(極品眞味)라 칭하는 전복 요리를 내놓습니다. 반면 홍반은 더 저렴한 중국 내륙 충칭식 면(麵) 요리를 내세웠습니다.

법적으로 따지면 손님을 국적에 따라 가려 받을 만한 근거는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행위가 음식점 주인과 손님이 민법상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음식점 주인은 직업의 자유에 따라 자신이 정한 방침으로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헌법 제15조 ‘직업수행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외국인만 상대하는 레스토랑은 의외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정 국적자만 받아선 사업을 영속하기 힘듭니다. 자국인에게 배타적인 식당이라는 낙인 역시 부담스럽습니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 외국인 전용 레스토랑은 미군 부대나 선원들이 오가는 부두 같은 곳에서 운영했습니다. 이들은 보안을 이유로 한국 국적자를 제한적으로 받습니다.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는 한때 내부인이 초청한 경우에 한해 한국 국적자 방문을 허가했습니다. 캠프험프리스에 있던 텍사스 로드하우스는 이렇게 알음알음 다녀온 한국인들 입소문을 타 2020년 정식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도입 계약을 맺었습니다.

씨멘스 클럽은 전 세계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장소입니다. 미국 국무부 인가를 받아 일본 요코하마와 오키나와, 모로코 카 사블랑카 같은 주요 항구도시에서 운영합니다. 이 곳은 멤버십 카드 소지자와 동행할 경우 내국인도 입장이 가능합니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 사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내국인이 방문하지 못하는 레스토랑은 보기 어려워졌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외국인 VIP 계층과 내국인 소비자를 가르는 행위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중동이나 정치적 자유도가 떨어지는 일부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방침”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