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달플랫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배달 전문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수백억원대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우아한청년들이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무상감자를 실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역 200억원 규모의 주식선택권(스톡옵션)에 따라 발생할 손실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픽=정서희

7일 우아한청년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보통주식 5636만6666주를 무상 소각했다. 무상감자 후 우아한청년들의 발행주식 수는 5933만3333주에서 296만6667주로 감소했다. 자본금도 296억6667만원에서 14억8333만원으로 약 282억원 줄었다.

무상감자란 주주들에게서 대가 없이 주식을 거둬들인 후 소각해 자본금을 줄이는 것으로 통상 누적결손금이 커질 경우 자본금 규모를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내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우아한청년들은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무상감자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우아한청년들은 배민라이더스, 배민커넥트 등을 운영한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완전자회사로, 모회사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이 합작해 설립한 ‘우아DH아시아’가 지분 89.4%를 가진 최대주주로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코로나로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며 호실적을 기록중이다.

2019년 966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1조1297억원으로 3년만에 10배 이상 확대됐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8억원에서 8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실적은 더 좋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아한청년들이 발행주식을 소각해 자본금을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아한청년들은 2015년 발행주식 60만주,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증자를 거쳐왔다. 2020년까지 모두 8차례의 증자를 실시하면서 발행주식은 약 100배, 자본금은 10배가량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호실적을 기록한 우아한청년들이 무상감자를 단행한 것은 임직원들이 주식선택권을 행사했거나, 행사할 것을 대비해 감자차익으로 자본잉여금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아한청년들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지배기업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취득할 수 있는 ‘주식교부형 주식선택권’을 부여했다. 1주당 1000원에서 70만원에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모두 6460주에 대한 주식선택권을 부여했다.

이 가운데 마지막으로 부여한 주식선택권의 행사가능시한이 지난해 11월 5일 도래하면서, 임직원들이 부여받은 주식선택권을 한 번에 행사하면서 손실이 발생했거나, 행사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감자차익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아한청년들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주식선택권에 따라 보상해야 할 총보상원가를 127억원으로 잡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다시 산출하면 보상원가가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선택권을 행사할 당시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를 매겨 손실 규모를 잡아야하는데, 비상장법인의 경우 주식 가치 평가에 최근 3개년치 실적이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회사 성장 규모가 빠르고, 지난해 역시 좋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보여 보상원가가 크게 증가해 2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우아한청년들 측은 무상감자와 관련해 “효율적인 법인 관리 등 다양한 측면의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고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