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포장주문이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전화 주문 가격이 같을 줄 알았다. 메뉴 하나당 500원씩 차이가 나는데, 여러 메뉴를 시킬수록 할인되는 게 아니라 더 손해가 나는 셈 아니냐."

지난 19일 서울의 한 싸다김밥 매장. '싸다김밥'이 배달앱(4000원)에서 매장(3500원)보다 500원 더 비쌌다./김가연 기자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의 프랜차이즈 분식점 '싸다김밥'에서 김밥과 만두 등을 포장해 나오는 손님 A씨에게 배달 앱으로 포장주문을 할 경우 음식 가격이 더 비싼 것을 알고 있는지 묻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배달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경우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보다 비싼 식당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떼지 않는 포장주문의 경우에도 앱을 통해 구매하면 직접 방문·전화 주문하는 것보다 비쌌다.

◇서울 음식점 60% "매장과 배달앱 가격 달라"...8000원 차이도

경기도가 지난 10~11월 지역 외식업체 1080곳의 온·오프라인 가격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이 배달앱에서의 음식 가격이 매장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70원, 많게는 8000원씩 가격 차이가 났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 중 20개 음식점(58.8%)에서 매장과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받고 있었다.

지난 19일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꽈배기도넛'이 배달앱과 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김가연 기자

대표적으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파리바게뜨'는 빵 종류에 따라 약 200~300원 차이가 났다. 서울 구로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는 '꽈배기도넛'이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배달앱에서는 동일 매장 같은 메뉴가 2300원이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매장 가격은 본사에서 제시하는 권장가 10% 내에서 점주들이 정할 수 있지만 앱 가격은 전국 매장이 동일하다"면서 "배달앱 수수료 때문에 앱이 조금 더 비싼 편"이라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밥 프랜차이즈 '부산아지매국밥'의 돼지국밥은 포장주문을 배달앱(1만500원)으로 할 경우 전화(9500원) 주문보다 1000원 비쌌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토스트 프랜차이즈 '이삭토스트'도 신메뉴 3종의 가격이 배달앱에서 300원 더 비쌌다.

김밥 프랜차이즈 '싸다김밥'은 배달앱에서 전 메뉴가 각각 500원씩 비쌌다. 기본김밥이 매장에서는 3500원이었지만 앱에서는 4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메뉴를 4개 시키면 2000원, 8개 시키면 4000원씩 가격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구조다.

서울에서 싸다김밥을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포장은 전화로 주문해야 매장 포스기로 계산해 더 싸다"면서 "체인점이다 보니 임의로 매장에서 가격설정을 한 것이 아니라 앱에선 메뉴당 500원을 더 받도록 규정상 돼 있다"고 설명했다.

◇ "배달앱 중개수수료 때문"… 중개수수료는 배달주문만 해당돼

업계에서는 배달앱 수수료로 인해 배달앱 가격이 더 비싸다는 분위기였다. 배달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평균 배달 중개수수료는 11.4%다.

그러나 요기요를 제외한 두 플랫폼은 포장주문 건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매장과 앱의 포장 판매가격을 다르게 받는 식당에 대해 소비자들은 부당함을 주장하면서도 무력감을 호소했다.

대학생 서모(25)씨는 "포장은 앱주문이나 전화주문이 다를 게 없고, 배달이라고 해도 배달비를 따로 받는데 메뉴 가격도 더 올려받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워낙 가격 차이가 나는 식당이 많아 이제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