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시장 전면에서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연예인표 술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초 유명 가수 박재범이 원소주를 선보인 이후 한동안 주류 시장에는 연예인 소주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임창정부터 김민종, 윤미래 같은 연예인들이 본인 이름을 건 증류식 소주를 편의점과 협력해 앞다퉈 선보였다.

그러나 비슷한 콘셉트에 대중들 관심은 금세 사라졌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하이볼 같은 RTD(ready to drink), 위스키를 제외하면 주류 시장도 식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유명 연예인들 주류 시장 진출은 올 연말 들어 다시 불이 붙었다. 이전처럼 유명 가수나 배우가 이름만 빌려 주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개발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본인 취향을 제품에 불어넣는다. 제조사에 스스로 투자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가수 성시경은 직접 개발한 막걸리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그래픽=손민균

앞서 성시경은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막걸리 출시 계획을 밝혔다. 지난 9월 25일 공개한 영상에서 그는 “내년에 내 이름을 건 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발매를 앞둔 막걸리 시제품을 지인들에게 맛 보여주고 있다.

가칭 성시경 막걸리는 그 말대로라면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알콜도수 12도 탁주다.

충청남도 당진 신평양조장에서 만든다. 신평양조장은 1933년부터 문을 열어 3대에 걸쳐 이어진 양조 명가다.

이곳에서 만든 백련 생막걸리 스노우는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만찬주로 사용했다.

2014년 1월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73번째 생일 만찬 자리에 ‘백련 맑은 술’이 올랐다. 이건희 회장 생일 만찬에 와인이 아닌 다른 술이 메뉴로 등장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주류 전문가들은 성시경 막걸리가 침체된 주류업계에 새 자극을 주길 기대한다. 지난해 원소주는 출시 9개월 만에 판매 400만병을 달성했다. 편의점 채널은 물론이고,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협력 모델까지 선보였다.

한국베버리지마스터협회 관계자는 “성시경 씨는 유명 가수일 뿐 아니라 17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외식업계 스타”라며 “원소주 때처럼 여러 유통 채널들이 성시경 막걸리 독점 판매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도 있다. 아이돌그룹 티아라 출신 가수이자 배우 효민은 이달 초 크래프트맥주 제조사 부루구루와 ‘효민사와’를 선보였다.

사와(サワー)는 증류주를 바탕으로 소다수와 상큼한 과즙을 섞은 음료를 통칭하는 일본식 표현이다. 효민은 일식 조리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평소 일식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알려졌다.

효민사와는 일반 액상과당 대신 카나두 시럽을 사용해 단 맛을 내 주류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카나두 시럽은 세계 최고 칵테일 시럽으로 꼽힌다. 정제당과 다른 독특한 사탕수수 풍미 덕분에 ‘죽은 칵테일도 살리는 비법 시럽’으로 명성을 얻었다.

부루구루 관계자는 “효민씨가 당도와 산도를 조절하는 제품 레시피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다”며 “수백회에 걸친 시음 작업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디자인 작업과 CF 콘셉트 결정, 헤어나 메이크업 같은 부분도 스스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성웅은 연예인 가운데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위스키 시장에 도전했다. 그는 영화 ‘신세계’에서 위스키와 담배를 피우며 삶을 마감한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주류전문기업 디오니식스는 지난 15일 “박성웅 씨가 미국 버지니아 증류소 위스키에 직접 투자하고, 모델로 나선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증류소는 위스키 불모지 미국 동부 버지니아에서 2011년 창립한 비교적 신생 증류소다. 2013년부터 증류를 시작해 2017년 첫 제품을 선보였다. 디오니식스에 따르면 미국 위스키 가운데 국제 기준에 맞춘 싱글몰트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세계 최대 주류 시장 미국에서는 맥주와 보드카 같은 대중 주류 시장 뿐 아니라 데킬라, 하드셀처(Hard Seltzer·도수가 낮은 탄산 주류) 같은 틈새 시장에서도 연예인이 미치는 파급력을 일찍부터 인정하고 잘 활용했다”며 “그 결과 데킬라와 하드셀처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성장하면서 주류 시장으로 올라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