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구미에 위치한 ‘올곧’. 이곳은 미국 대형 유통마트에 납품돼 품절대란을 일으킨 냉동김밥 ‘바바김밥’을 만드는 곳이다.
이 김밥은 지난 8월 미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한 후 유명 틱톡커(틱톡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김밥을 먹는 영상을 올려 1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덕분에 출시 10일 만에 250톤이 모두 판매됐다. 김밥 100만줄에 해당하는 양이다.
지난 11일 이곳에서 이호진 대표를 만나 냉동김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성건설, 건자재 기업 ASP를 운영해오다 지난 2020년 ‘냉동김밥’ 사업에 뛰어들었다. 건설사업을 하던 그가 김밥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 대표는 “늘 바쁜 건설업 때문에 김밥을 먹는 일이 많았다”면서 “개인적으로도 김밥을 직접 만들어 다닐 만큼 김밥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먹다 남은 김밥을 어떻게 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이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6명의 직원들과 적당한 식감, 크기 등을 연구했다. 전국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와 얼린 후 해동한 김밥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먹어보는 게 일상이었다. 김밥을 삼키면 배가 불러 다음 김밥을 테스트할 수 없기 때문에 씹고 뱉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김밥 둘레 48π(약 150㎜), 당근 굵기 3㎜ 등 김밥을 표준화 해나갔다. 당근은 완전히 익히면 해동했을 때 흐물흐물해져 식감이 살지 않기 때문에 70~80%만 익혀 사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3단 김밥 용기도 개발했다. 3단 용기는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 골고루 열이 가해질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용기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그는 “김밥 한 줄을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안쪽이 따뜻해질 때쯤 바깥쪽은 말라버리기 때문에 3조각씩 나눠 넣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밥 개발을 마친 후 수출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러 재료를 교체해야 하는 등 고배를 마셨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단무지에 들어있는 색소, 보존제 등이 수출 금지품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백단무지로 바꿨다.
또 육류는 수출이 불가능해 맛살, 햄 등을 빼고 고기 식감을 줄 수 있는 재료로 ‘유부’를 넣었다. 그는 “누군가는 백단무지를 살짝 물컹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수출 가능 품목에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냉동김밥 맛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급속냉동’을 꼽았다. 통상 영하 18도(℃) 이하면 급속냉동이지만 올곧은 영하 45도에서 45분간 냉동하고 있다. 영하 18도에서 김밥 심부까지 얼리려면 6~7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시간 동안 김밥이 말라버리는 등 처음 맛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 사무실 옆 건물에 위치한 공장도 함께 둘러봤다. 공장 안에는 100여명이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매일 4만줄씩 김밥을 생산하고 있지만 주문량이 많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달부터 국내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품절됐다. 내년까지 20개 이상의 생산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공장은 5개 라인(취반·조리·제조·포장·냉동)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자동화된 부분 만큼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이 많았다.
취반실에 들어서자 김밥 70줄 분량의 밥이 담긴 대형 솥이 컨베이어를 따라 줄지어 나왔다. 작업자가 밥 위에 참기름과 깨를 뿌리면 기계가 밥을 섞어준다.
이렇게 완성된 밥을 김 위에 얇게 펴고 동그란 모양으로 마는 것은 기계가 하지만 김밥 속을 채우는 것은 아직 사람이 해야 한다. 10명이 넘는 작업자들이 제조라인 가득 일렬로 달라붙어 당근, 우엉, 단무지 등 김밥 속을 채우고 있었다.
현상윤 올곧 차장은 “채 썬 우엉이나 당근을 기계에 넣으면 서로 엉켜 고장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재료를 넣는다”고 설명했다.
만들어진 김밥은 절단기를 통과하며 9등분이 된다. 3등분 돼 있는 김밥용기에 3조각씩 나누어 담은 후 김밥은 바로 급속냉동 창고로 이동한다. 영하 45도에서 45분간 김밥을 급속으로 얼린 후 영하 20도 창고에 보관한다.
이호진 대표는 냉동김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과는 ‘속도감’으로, 대기업과는 ‘단가’로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밥 제조 설비 하나를 갖추는 데 최소 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점유율과 인지도를 올릴 것”이라면서 “대기업과는 낮은 단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내년엔 180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고 코스트코 자체브랜드 상품(PB)으로 들어가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앞으로 ‘김밥집’이 아닌 ‘냉동·간편식기업’과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