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 그룹 유통 전문 회사인 메가마트의 신동익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1년 반 만에 물러났다. 신 부회장은 메가마트 최대주주이자 고(故) 신춘호 회장의 3남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1999년 이후 23년 만인 지난해 6월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었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메가마트 제공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가마트는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손영규 전 이스턴웰스 대표를 신임 대표에 선임했다. 신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에 따른 것으로 신 부회장은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게 됐다.

메가마트는 농심그룹이 1975년 유통사업 진출을 위해 동양체인을 인수해 설립한 기업으로 슈퍼마켓을 운영해왔다. 1981년 신춘호 회장이 '농심가(農心街)'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으며, '메가마켓'이라는 상호로 슈퍼마켓을 출점하던 1994년부터 1999년까지는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신춘호회장의 방침에 맞추어 1999년 신세계 출신 권국주 대표를 선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경했다. 지난해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기 전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경영에 복귀한 신 부회장은 메가마트 계열사들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가장 먼저 지난해 12월 호텔농심을 흡수합병했고, 지난 2월에는 의약품 유통을 하던 뉴테라넥스를 흡수합병했다.

당시 메가마트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호텔농심을 농심에 넘겼고, 호텔농심의 위탁급식 사업은 브라운에프엔비에 94억원에 양도했다. 뉴테라넥스는 지난해 6월 서울 동대문구 부동산을 42억원에 매각한 뒤 메가마트에 흡수합병됐다.

일각에서는 메가마트의 계열사 재편에 대해 농심 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메가마트는 신 부회장 56.14%, 농심근로복지기금 17.70%, 율촌화학 근로복지기금 8.67%, 율촌재단 4.85%, 휘닉스벤딩서비스(현 이스턴웰스) 9.54%, 기타 3.10%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지주사인 농심홀딩스(072710)나 다른 농심 오너 일가 지분도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메가마트가 53.9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엔디에스(농심데이타시스템)에 형인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회장이 각각 15.24%, 11.75%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메가마트가 재원 마련 이후 해당 지분을 사들이면서 계열분리를 하기 위함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손 신임대표가 선임되면서 공석이 된 이스턴웰스 대표 자리에는 김권주 메가마트 본부장이 선임됐다. 이스턴웰스는 신 부회장이 지분의 30%, 나머지 35%씩을 신 부회장의 아들 승열씨와 딸 유정씨가 35%씩 나누어 갖고 있는 가족회사다. 신 부회장은 2015년부터 이스턴웰스의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대표이사 체제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사업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직접 주도했다"면서 "해당 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현장 경영 강화를 통한 영업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열분리와 관련해선 "현재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메가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71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0억원을 기록하면서 8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135억원을 기록해 27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