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엔 쌀국수만 있는 게 아니에요."
베트남 첫 미쉐린 1스타(별)를 단 하노이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쟈(Gia)'의 창업자 샘 트란(40) 셰프는 조선비즈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샘 트란 셰프는 지난 6월 미쉐린 가이드가 베트남에서 처음 선정한 1스타 레스토랑 4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더불어 특별한 잠재력과 재능을 지닌 젊은 셰프에게 수여하는 '영 셰프 어워드'도 받았다.
호주에서 요리를 공부한 샘 트란 씨는 2020년 12월 고국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한국의 성균관에 해당하는 문학 사원인 하노이 문묘(文廟) 맞은편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100년이 넘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베트남 전통 가옥의 고즈넉한 멋을 살린 레스토랑은 베트남 각지의 전통 요리법과 현지 식재료를 사용한 고급 음식을 선보인다. 2층에 위치한 개방형 주방에서는 휴식 시간에도 대여섯 명의 셰프가 요리 준비가 한창이었다.
식당 명인 '쟈'는 베트남어로 가족을 뜻한다. 샘 트란 셰프가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 느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식당의 로고는 베트남의 국화인 연꽃을 모티브로 했다. 연꽃은 흙탕물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잎과 꽃은 오염되지 않는다. 또 연못의 물을 정화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베트남은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샘 트란 셰프는 길거리 음식에 가려져 베트남 미식 문화가 알려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에는 길거리 음식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마다 특산물과 대표 요리들이 있다"라며 "요리를 통해 베트남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국수 요리만 해도 지역마다 먹는 방식이 다르다. 예컨대 북부지방에선 민물 게로 육수를 낸 분리우(bún riêu)를, 중부 지방에선 소고기로 육수를 우린 분 보 후에(bún bò Huế)를, 남부지방에선 해산물과 돼지고기가 들어간 후띠에우(hủ tiếu)를 먹는다.
샘 트란은 한국인들에게 지역별로 다른 세 가지 국수를 먹어볼 것을 추천했다.
쟈 레스토랑은 베트남 각지의 요리를 셰프의 방식대로 재해석해 12가지 음식이 나오는 고급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메뉴는 3개월에 한 번씩 바뀌며, 하루에 24인분만 판매한다.
올가을에는 '풀 문(Full moon·보름달)'이라는 이름으로 꼼(cốm)과 자몽, 석류, 감귤 등 신 과일을 사용해 가을의 풍미를 담은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꼼이란 덜 익은 청벼에서 떨어낸 쌀을 여러 차례 볶아 만든 하노이 전통 음식이다.
메뉴 개발은 셰프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출발한다. 그는 "트렌드보다는 주변의 식물이나 어릴 적 먹었던 길거리 음식, 여행을 다니며 먹었던 각 지방 음식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음식을 개발한다"며 "직접 현지에 가서 음식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쟈의 음식은 봉사료(7%)와 부가세(8%)를 제외한 저녁 코스 1인분 가격이 289만 동(약 15만원)부터다. 베트남보다 평균 임금이 높은 한국 기준으로 봐도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이달 예약은 모두 매진됐다.
베트남의 첫 미셰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후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하루에 24명만 받는다는 정책 때문에 매상이 늘거나 하는 효과는 없었다. 그는 이런 정책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점포를 추가로 늘릴 계획도 없다. 베트남 음식 연구에 더 매진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에는 서울의 미셰린 2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를 운영하는 이준 셰프와 함께 협업 메뉴를 선보였다.
샘 트란 셰프는 "새로운 맛을 체험하려는 고객들이 쟈를 찾고 있다"라며 "베트남 음식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며, 해외 레스토랑과의 협업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