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커피를 판매하는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김가연 기자

“보리커피를 검색해서 이 카페를 찾아왔다. 아무리 디카페인이어도 임신하고는 신경 쓰여 대체커피를 찾게 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카페 ‘몰또’에서 만난 임신 5개월 차 전나영(33)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하루 3잔씩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 애호가였지만, 임신한 뒤엔 커피를 대체할 음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전씨는 “솔직히 커피와 맛이 100% 동일하진 않다”면서도 “커피랑 가장 비슷해 집에도 보리커피 캡슐을 사두고 커피 내려 먹는 기분을 낸다”고 말했다.

대체육, 대체유 등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가운데, 커피도 ‘대체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대체 식품들이 새로운 재료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분자 화합 기술 등을 통해 원재료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재현하는 것처럼, 대체커피도 원두 대신 버섯, 보리, 허브 등으로 커피 향과 맛을 낸다.

지난달 8일 열린 ‘2023 서울카페쇼’에서도 내년 커피 산업 트렌드 중 하나로 대체 커피를 꼽기도 했다.

보리커피는 보리를 원두처럼 로스팅해 커피와 비슷한 맛을 낸다. 100% 보리를 이용한다는 점은 보리차와 동일하지만, 보리차는 고온에서 단시간에 볶아 건조하는 반면 보리커피는 저온에서 장시간 볶아 분쇄해 추출한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대체커피로 판매 중인 '보리커피'./김가연 기자

몰또의 바리스타 김 모(25)씨는 “디카페인 음료로 보리커피만 판매하고 있는데, 10명 중 3명은 주문하는 것 같다”면서 “어차피 카페인이 없을 거라면 디카페인 커피보다는 특색 있는 음료를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주문해 보리커피를 마셔봤다. 아메리카노와 비슷하게 진한 갈색을 띠고 쌉싸름한 맛이 났지만, 커피 향 대신 진한 보리차 향이 올라왔다. 가격은 아메리카노와 동일하게 판매 중이었다.

◇보리라떼 ‘인기 메뉴’… “보리차 마시는 문화 있어 커피로 인식하긴 어려워”

서울 중구의 비건 카페 ‘오베흐트도넛’에서도 보리커피를 판매 중이었다. 이 카페에는 카페라테처럼 ‘보리라테’도 있었다. 카페 사장 김모씨는 “보리라테가 인기 메뉴 중 하나다”라면서 “단골 손님들이 꽤 있는데 먹어보고 또 찾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처음 보는 음료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았다. 완벽한 커피 맛은 아니지만 건강 등의 이유로 대체커피를 찾곤 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37)씨는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커피를 2잔 마신 상태였다. 그는 “커피를 또 마시기에는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 같아 보리커피를 시켰다”면서 “보리라고 생각하고 계속 음미하면 커피가 아닌 게 느껴지지만, 모르고 먹으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9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검정보리인 흑누리로 보리커피를 개발하기도 했다. 디카페인 원두, 흑누리, 일반원두를 6:3:1로 넣어 카페인 함량을 90% 줄인 것이다. 이 기술은 ‘청맥’, ‘달차컴퍼니’ 등 국내 기업들이 기술 이전을 해갔다.

이미자 농촌진흥청 연구원은 “유럽처럼 100% 보리로 만들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보리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어 사람들이 보리커피를 커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커피를 섞어 개발했던 것”이라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대체커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로 커피 서식지 손실… 해외엔 ‘버섯커피’도 나와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대체커피 시장 규모가 지난해 27억 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2030년 53억달러(약 6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농지가 줄고, 커피 재배 과정에서 탄소 매출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체커피 시장이 커질 거란 분석이다.

영국 왕립식물원과 에티오피아 환경·기후변화 및 커피숲포럼 공동연구팀은 아라비카 커피 서식지 50% 이상이 70년 이내 손실되고 2040년 전에 아라비카 커피 종이 멸종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해외에선 보리 외에도 다양한 재료로 만든 대체커피가 출시되고 있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토모(Atomo)’는 해바라기씨, 수박씨 등 식품 폐기물을 재활용해 커피분자 구조로 재현, 콜드브루 방식의 캔 커피를 출시했다. 공동 창업자 앤디 클라이티와 재럿 스톱포도가 식품 과학자와 화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2년 이상 1000여 가지가 넘는 화합물을 조사해 커피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 40가지를 찾아냈다.

아토모는 전통적 콜드브루 커피에 들어가는 물보다 대체 커피 콜드브루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이 94% 적고 탄소 배출은 93% 감소한다고 밝혔다.

‘라이즈(RYZE)’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면역 증강에 도움이 되는 버섯으로 만든 커피를 판매한다. 또 허브커피 브랜드 ‘티치노(Teeccino)’는 치커리, 캐럽, 민들레, 라몬씨 등 허브를 주재료로 커피 맛을 구현한다.

문정훈 서울대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대체커피 원료로 치커리를 쓰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자판기 커피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치커리가 섞여 있었다”면서 “커피를 즐기고 싶지만 카페인으로 수면이 어려운 40·50대에게 디카페인인 대체커피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