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인은 김치를 담그며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가구 구성의 변화로 인해 대가족이 모두 참여해 김장을 담그는 풍경은 사라졌다. 이제 김치는 과학과 놀이가 접목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나아가 한국 밖에서도 김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시작으로 조선비즈는 산업으로서의 김치를 재조명해본다.

김치 수출 국가가 사상 처음으로 90개국을 돌파했다. 수출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값 싼 중국산 김치가 끊임없이 국내 시장으로 침투하면서 김치 무역수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적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산 김치의 한국 시장 침투로부터 우리 김치를 지켜낼 방법으로 ‘재료 수급 안정’과 ‘공정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결국 생산 원가를 안정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중국산보다 조금 비싸도 국내산을 선택할만한 수준의 가격까지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알몸 김치 파동 벌어진 2021년 제외 만성 무역 수지 적자

한국은 김치 종주국이지만, 김치 무역 수지는 만성 적자다. 즉,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김치 수출액보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김치 수입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가운데 지난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김치 무역 수지는 적자였다.

국내로 수입되는 외국산 김치는 99.9%가 중국산인데, 지난 2021년 ‘중국산 알몸 김치 파동’의 여파로 수요가 줄면서 김치 무역 수지 흑자로 이어졌다.

당시 한 남성이 알몸으로 물에 들어가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비위생적인 소금물과 녹슨 굴삭기 등이 적나라하게 담긴 영상 탓에, 중국산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펴졌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원재료 가격 폭등과 치솟는 물가로 인해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다시 증가했다. 식당 등에서 값싼 중국산 김치를 찾는 수요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김치 무역 수지는 1년 만에 다시 2211만6000달러(약 298억원) 적자가 됐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소비되는 상품 김치의 규모 총 71만8000톤 가운데 국산이 47만8000톤, 중국산이 24만톤이었다.

지난 2013년 61개였던 김치 수출 국가가 93개로 늘어났고, 역대 최대 수출액을 낼 것으로 관측되는 올해도 적자 행진은 그대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오는 2027년까지 김치 수출액을 3억달러(약 3886억원)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3차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올해 8월 발표했다. 앞선 역대 최대 김치 수출액은 지난 2021년 기록한 1억5992만달러(약 2072억원)다.

◇“소비자들 받아들일 수준으로 가격 낮춰야”

전문가들은 한국산 김치가 가격이 싼 중국산 김치에 비교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받아들일만한 수준’까지로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해웅 세계김치연구소 기술혁신연구본부장은 “국산 김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1㎏당 3153원인 김치 제조 원가를 오는 2027년까지 2207원으로 30%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소비자 대상 설문을 실시했는데, 제조 원가가 1㎏당 2200원까지만 낮아져도 한국 김치를 사먹겠다는 답변이 많아 이를 근거로 정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김치 원부재료의 수급을 안정화하는 기술과 김치 생산 공정 자동화 기술이 필요하다고 박 본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배추가 단기간에 부족해 원가가 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9~10월 단기적으로 불안한 수급을 잠재우는 것”이라며 “여름 배추의 저장 기간을 현재보다 2~4주 늘리고 가을 배추 수확을 앞당기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세계김치연구소는 배추 저장 기간을 연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배추를 냉기가 도는 저장고에 두면 배추 겉 잎은 마르고, 속 잎까지는 냉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소는 배추를 보관하는 포장 파레트를 개발해 현재 농식품부와 협의 중이다.

현재 수작업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은 김치 공정 자동화를 이루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치은 농가식품 대표는 “김치 생산은 수작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포기김치 속 넣기 공정이 가장 자동화율이 낮다”고 말했다.

세계김치연구소에서 기업에 자동화 기술을 이전한 결과, 자동화의 효율은 나타나고 있다.

박 소장은 “김치 복사기, 양념 속넣기 설비로 김치 생산성을 향상해 생산량이 수작업에 비해 9배 늘었다”며 “대상, 풍미식품 등 김치 제조업체 28개소에서 상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병든 배추를 인공지능(AI)으로 잡아내고, 3분 내로 분석해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