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다음 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제히 케이크 가격 인상에 돌입했다.

그래픽=정서희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시그니엘 부산의 ‘패스트리 살롱’이 출시한 크리스마스 트리 케이크 가격은 지난해보다 5% 오른 10만5000원이다. 작년과 동일한 이름에 모양새도 비슷하지만 가격은 올랐다.

이곳의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는 9만8000원으로 지난해 출시했던 ‘딸기 레이어 케이크’보다 1000원 비싸다. 하지만 지난해 2단이었던 케이크가 1단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올해 시그니엘 부산의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는 지난해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와 동일한 이름에 비슷한 디자인으로 출시했지만 가격은 15.3%(1만3000원) 오른 셈이다.

파라다이스시티의 ‘가든 카페’에서는 ‘시그니처 딸기 트리’를 지난해(9만3000원)보다 18.3% 오른 11만원에 판매한다.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시그니처 딸기 트리는 작년과 동일한 제품”이라면서 “케이크 재료인 밀가루, 유제품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고 인건비도 증가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시즌스호텔서울의 ‘컨펙션즈 바이 포시즌스’는 올해 17만8000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내놨다. 이는 작년 포시즌스에서 가장 고가에 판매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스노우볼(8만6000원)’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작년 출시된 서울신라호텔 ‘얼루어링 윈터’(위)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아래)./신라호텔·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지난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호텔업계 최고가를 찍었던 호텔신라의 ‘얼루어링 윈터’는 25만원이었다. 그 당시 한정 수량으로 출시돼 모두 팔렸다.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인데 다른 호텔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인상할지 주목된다.

조선팰리스의 ‘조선델리’도 지난해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를 25만원에 판매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기념 케이크로 5개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대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9~25만원 수준에서 형성될 예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에서 출시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들은 장인이 수공예로 만드는 하나하나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이라며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작품인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텔 케이크 가격 인상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보편적인 소비와의 관련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호텔에서 케이크 가격을 매년 올리는 것이 직접적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겠지만 사람들이 고물가로 힘든 와중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비격차를 감정적으로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1년에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르게 되는 동조 소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20만원대 고가의 케이크는 특수한 수요 계층이 소비하는 품목“이라면서 “소비여력이 충분한 사람들이 소비하는 제품까지 가격 인상을 규제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