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한류 열풍을 탄 K푸드 인기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K푸드 열풍은 이제 전통적인 한식의 범주를 넘어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세계 음식들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조선비즈는 한국 토종 브랜드의 일본 상륙 현황을 짚어보고 신 K푸드의 미래에 대해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28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도겐자카 대로변. 도쿄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치킨 냄새가 풍겼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치킨 패티를 튀기는 냄새였다.

한국 토종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이곳에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었다. 맘스터치는 번화가에 있는 이 3층짜리 건물 하나를 전부 빌렸다.

맘스터치의 상징색인 노란색 현수막을 크게 내건 매장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1층은 조리와 음식 수령만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어, 2개 층과 지하 1층 64개 석에서만 손님들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감자튀김, 버거, 치킨 등을 다양하게 주문해서 맛보고 있었다. 하루에 1000명씩 찾는 매장은 예약 고객이 70%, 나머지 30%는 현장에서 대기해 입장하는 고객들이었다. 예약 없이 현장 대기한 고객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었다.

밤이 돼도 대기 줄이 늘어서 있는 맘스터치 도쿄 팝업 매장./도쿄(일본)=이민아 기자

구불구불하게 대기선을 마련했음에도 사람이 워낙 많아 다른 매장 앞까지 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맘스터치는 길을 하나 건너서까지 대기 줄을 연장했다.

맘스터치는 지난달 20일부터 3주간 이곳에서 싸이버거 등 버거 6종과 후라이드, 소이갈릭, 양념치킨 등 치킨 메뉴 3종, 그리고 사이드 메뉴를 팔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경민 맘스터치 신사업추진그룹장은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예약 시스템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매진된 데다 현장 방문하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아 매일 50명씩 대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고 있는데, 아침 9시 30분이면 대기 줄이 생긴다”며 “맘스터치가 ‘오픈런’을 하는 브랜드가 돼 뿌듯하다”고 했다.

일본 맘스터치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싸이버거 단품 가격은 370엔(약 3400원), 감자튀김과 음료 포함 세트 가격은 680엔(약 6500원)이다.

한국에서 싸이버거 단품이 4600원, 세트가 6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조금 저렴하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국가별 빅맥지수를 고려해 산출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맘스터치 팝업 매장에서 버거를 맛보고 있는 고객들./도쿄(일본)=이민아 기자

◇“맥도날드보다 맛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2층, 3층 매장으로 들어서자,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어로 대화 나누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매장 벽에는 맘스터치 로고를 활용한 다양한 증정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지하 1층은 일본 웹 콘텐츠 플랫폼인 ‘라인망가’에서 1위를 했던 한국 웹툰 ‘재혼황후’를 소재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매장은 빈자리 한 곳 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고객 대부분은 일본인들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며 버거와 치킨, 감자튀김을 모두 시켜 한번에 먹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소년 코가 유이타(16)는 틱톡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틱톡커의 영상을 보고 친구 두 명과 함께 이 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그는 “버거가 부피감도 있고, 맥도날드보다 훨씬 맛있다”라며 “가격도 맥도날드보다 착하고, 정식 매장이 일본에 들어오면 자주 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25세 여성인 스즈키 리사는 “뉴스를 보고 이 매장을 알게 됐고, 한 시간 반을 대기해 들어왔다”며 “6개월간 한국에서 유학을 했기에 맘스터치를 알고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와서 먹었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도 맘스터치 팝업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경민 그룹장은 “일본 민영방송 가운데 후지TV를 제외한 모든 채널에서 취재를 왔다”며 “현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화제가 돼 기쁘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지 10년 차라고 밝힌 돈지(39)씨는 “1시간 40분을 기다렸는데, 기다릴 만하다”라며 “시부야를 걸어 다니다 이 매장을 봐서 꼭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학했던 중국인 전시우(27)씨는 “명동에서 싸이버거를 먹어봤던 추억이 있어서 맘스터치 팝업이 일본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날 맘스터치 팝업을 찾은 사람들은 ▲맘스터치의 존재를 SNS로 알게 돼서 온 사람들 ▲길을 지나다 맘스터치 앞 대기 줄을 봤거나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서 들어온 사람들 ▲한국에서의 유학 등의 경험이 있어 맘스터치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던 사람들 등 크게 세 가지 갈래였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맘스터치 팝업 매장을 꽉 채운 손님들 ./도쿄(일본)=이민아 기자

◇ “내년 4분기 중 일본 내 1호점 개점 목표”

맘스터치는 이번 팝업을 계기로 일본 진출 계획에 자신감을 얻었다. 9일 마무리되는 팝업 매장 방문객은 3주간 2만6000명으로 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맘스터치는 현재 태국, 몽골에 이은 세번째 진출 국가로 일본을 낙점한 상태다. 12월 중으로 현지 마스터 프랜차이즈 운영사가 될 협상 대상 목록을 추리고, 내년 1분기 중 진출 계약을 확정 짓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조인트벤처(JV) 설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그룹장은 “1분기 중 계약을 마무리한 후 내년 4분기 중 일본 내 1호점을 열 계획”이라며 “팝업스토어 운영 전에도 일본 진출을 목표로 타진했지만, 현지 기업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자 거절했던 기업들을 포함해 상당히 큰 일본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맘스터치는 이번 도쿄 시부야 팝업 매장에 본사 인력 27명을 파견했다. 모든 조리 과정을 숙련된 인력들이 하도록 꾸려, 한국에서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 그룹장은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지 재료를 공수해 쓰려고 했다”며 “계육뿐 아니라 대부분의 식재료를 일본 현지에서 수급해 다른 식재료로 한국과 같은 맛을 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한국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일본 내 한인 타운 신오쿠보 대신 시부야를 공략한 점도 ‘맛’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그룹장은 “K-푸드 수용도가 높은 신오쿠보가 아닌 시부야를 선택해 한국 브랜드이긴 하지만 ‘버거의 맛’이 가진 경쟁력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유동 인구가 가장 많고, 일본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으면서 가장 트렌디한 곳이 시부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그룹장은 “일본은 외식 선진국이라는 인식에 더해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다”며 “일본에서 인정받는 것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상징적인 초석이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맘스터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버거 시장은 4조원, 일본은 7조원으로 규모가 2배 가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