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그룹 양산빵 계열사 샤니가 박해만 생산총괄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SPL은 공동대표 체제 이후 사고에 책임이 있던 기존 대표가 사임했는데, 샤니 역시 같은 수순을 밟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샤니는 지난달 중순 이사회를 열고 박 본부장을 새 대표로 선임해 기존 이강섭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박 전 대표는 2018년 샤니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지 5년 만에 다시 대표직을 맡게 됐다.
박 대표는 지난 8월 8일 샤니 성남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가 숨진 지 약 일주일 만에 SPC삼립 베이커리 사업부문장에서 샤니 생산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대표직을 맡게 됐다.
샤니가 박 대표를 선임한 데는 인명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생산 부문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SPC그룹의 생산 부문 전문가로 꼽힌다. SPC삼립(005610)은 박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당시 "생산 분야 전문가로 당사의 생산 경쟁력 강화, 위생 관리, 다양한 원가절감 활동 등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 선임으로 샤니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데 대해 이강섭 대표가 사망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수순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샤니보다 먼저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SPC그룹 계열사인 SPL에서도 공동대표 체제 전환 이후 강동석 전 대표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SPL은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4개월 뒤인 지난 2월 SPC그룹 안전경영본부를 총괄하던 박원호 부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하면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SPC그룹이 노동 및 환경에 대한 쇄신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공동대표 체제 전환 이후 5개월여 뒤인 지난 9월 강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박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했다. 강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SPC 관계자는 "박해만 대표 선임은 품질 향상 및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현장 안전에 집중하고, 품질·안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샤니에서는 지난 8월 8일 오후 12시 41분쯤 경기 성남 중원구 상대원동에 있는 제빵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근로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같은 달 10월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사망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샤니 성남·대구 공장 두 곳에 대한 기획감독을 진행했다. 샤니에서는 지난 7월에도 5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났고, 지난해 10월에도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