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전 10시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hy의 중앙연구소.

연구소에 들어서자 현미경, 냉동고, 실험 도구들이 가득했다. 2층 연구실에 도착하니 ‘균주라이브러리’ 2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균주란 식품·인체 등에서 분리해 배양한 세균이나 균류다. hy는 균주를 배양시켜 발효유, 화장품 등에 넣어 인체에 유익한 효과를 내는 데 활용한다.

이곳은 전국 최대 규모의 균주 보관 냉동고다. 냉동고 문을 열자 얼음이 잔뜩 붙어 있는 상자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얼음을 털어내고 상자 하나를 열자 균주가 하나씩 들어간 50개가량의 작은 통이 나왔다. 김용태 hy 중앙연구소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은 “이렇게 저장된 균주가 총 5019종”이라고 했다.

저장 균주가 많은 만큼 냉동고의 규모도 꽤 컸다. 냉동고는 성인 여성이 두 팔을 벌린 길이보다 조금 더 큰 규모다. 전기 비용에 보관 비용까지 엄청날 텐데 hy는 왜 이곳에 균주를 보관하고 있는 걸까.

“일단 유익균이라고 판단되면 이곳에 둡니다. 신제품을 개발해야 하니까요.”

김 팀장은 “hy의 대표 제품인 ‘윌’이나 ‘엠프로’, ‘쿠퍼스’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유익균이 모두 여기에서 탄생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곳, 라이브러리가 신제품 탄생 성지인 셈이다.

22일 hy 중앙연구소의 5000여종의 균주가 보관된 라이브러리./김가연 기자

◇ “한국인에게 이로운 균 찾자”

‘균’은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hy는 균을 활용해 ‘건강한 음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에게 이로운 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인의 몸에 알맞은 균을 찾아내기 위해 반드시 한국인 혹은 한국 전통 식품에서만 균주를 분리해 낸다”고 말했다.

hy는 인체 유래나 전통 식품 등에서 균을 분리해 낸 뒤 유익균으로 판단되면 그 균이 제품에 당장 이용되지 않더라도 일단 라이브러리에 보관한다. 제품 개발을 진행할 때 그동안 보관해 온 균주 중 출시할 제품의 기능에 적합한 균주를 찾아 적용한다.

온도가 맞지 않으면 2주 이상 살 수 없는 균주는 영하 70~80도의 초저온 냉동고인 균주 라이브러리에 보관할 경우 길게는 10년까지도 살아남는다.

5000여 종의 균주 중 현재 22종만이 전장 유천제 분석(한 균주에 대해 균주 안정성, 독성, 염기서열 등을 분석하고 평가)까지 완료됐다. 이 22종이 제품 개발 시 활발히 이용되는 균주들이다. 아직 보관만 하는 균주가 많다 보니 앞으로 열릴 가능성도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59명의 연구원들은 5000여 종의 균주를 돌아가면서 배양해 효과성·안전성 등을 연구한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다가 유익한 균주들끼리 조합해 하나의 제품이 탄생한다.

hy 중앙연구소의 대장모사 시스템. /김가연 기자

◇ 가상의 대장에 사람 분변 넣어 유익한지 실험… “환풍기 틀고 일해요”

상업적으로 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배양이 잘 되는 균이어야 하고, 실제로 인체에 유익해야 한다. 그래서 연구실에서는 배양이 잘 되는지 실험한 뒤 배양된 균들이 인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실험한다.

인체실험까지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을 마친 균만이 제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검증이 끝나면 연구소에서 배양한 과정 그대로 용량만 늘려 공장에서 균을 배양해 제품에 넣는다. 예를 들어 엠프로에는 기능성 균주 100억 마리가 들어간다. 엠프로는 2019년 출시돼 4년간 2억 개가 팔린 건강기능식품이다.

검증 단계는 총 4단계로 구성된다. 완성된 균주는 ▲세포주 실험 ▲동물실험 ▲대장 모사실험 ▲인체실험을 거쳐 효과와 안정성을 평가한다. 세포주 실험과 동물실험은 연구소 내에서 진행하며 균이 실제로 유익한 효과가 있는지, 독성은 없는지 등을 실험한다. 인체실험은 병원과 협력해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지 살펴본다.

동물실험과 인체실험 사이에 대장 모사 실험을 진행한다. 대장 모사 실험은 가상의 대장 환경을 제공하는 기계에 사람의 분변을 넣고 이 위에 지금까지 배양했던 균주를 넣었을 때 유익균이 늘어나는지 등을 보는 것이다. 대장모사 시스템은 1억5000만원짜리 고가의 기계로 국내 기업 중에는 hy만 소유하고 있다.

박수동 hy 중앙연구소 신성장팀장은 “대장모사 시스템은 가상의 대장으로 한 달가량 24시간 기계를 돌리면서 유익균이 투입됐을 때 장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모니터링한다”며 “분변 냄새가 나기 때문에 늘 환풍기를 틀어놓고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22일 hy 중앙연구소 항온항습실에서 동결건조 중인 균주./김가연 기자

◇ 요구르트에서 김치맛 나면 안 돼... 동결건조로 만든 엠프로 캡슐

유익균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더라도 균의 효과와 기능적인 측면만 고려할 수 없다. 발효유를 만들 때 냄새나 맛을 강하게 만드는 균은 액상 형태가 아닌 캡슐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김치에서 분리해 낸 균의 경우 액상 형태로 제품을 만들면 제품에서 동치미 맛이 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엠프로는 뚜껑에 작은 틈을 만들어 소비자가 유익균을 음료와 함께 알약으로 섭취하도록 했다. 김치에서 분리된 균은 캡슐에 들어간다. 곽경민 hy 중앙연구소 프로바이오틱스팀 연구원은 “액상과 캡슐로 나눠서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무수한 아이디어와 실험을 거쳤다”고 했다.

캡슐에 균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배양액에서 균을 분리해 낸 뒤 동결건조를 거쳐야 한다. 엠프로에 들어있는 정제형 유산균을 만들 때 이 과정을 거친다. 원심분리기에 배양액을 넣고 돌리면 균과 배양액이 기름과 물처럼 분리된다.

분리된 균주는 작고 동그란 플레이트에 얇게 부어 동결건조기에 넣는다. 동결건조를 하기 위해서 동결건조기는 영하 86도를 유지하면서 진공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진공상태를 만들어 주면 원심분리기에서 분리한 균주를 끓이지 않아도 수분이 승화돼 날아가기 때문에 균주를 분말 형태로 만들 수 있다.

동결건조기가 있는 공간은 10분만 서 있어도 손이 시릴 정도로 서늘했다. 곽 연구원은 “동결 건조기 내부뿐 아니라 외부도 18도를 유지해야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며 “습도와 온도를 항상 동일하게 유지하는 항온항습실에서 hy의 신성장동력인 신제품이 탄생하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