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모방일까요, 새로운 창조일까요.

제과업계가 또 한번 표절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이번에 도마에 오른 제품은 롯데웰푸드(280360)를 대표하는 과자 '오잉'입니다. 오잉은 1999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4년 넘게 이어진 저명한 과자 브랜드입니다.

롯데웰푸드는 다음달 이 역사적인 시리즈 일곱번째 제품으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을 선보인다고 28일 밝혔습니다.

노가리는 명태 새끼를 뜻합니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노가리칩은 노가리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노가리향과 황태채 엑기스 분말을 넣고, 청양고추와 마요네즈 소스 맛을 더했습니다.

최근 매진 행렬을 빚는 스낵 경쟁사 농심(004370) 먹태깡과 유사합니다. 먹태깡에는 주요 재료로 북어엑기스분말과 구운 북어채분말, 청양초시즈닝분말이 들어갑니다.

먹태깡은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보다 두달 보름 일찍 나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60g 한봉지 기준 최저 3500원에서 최대 7000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원래 가격보다 2배에서 4배까지 웃돈을 붙여야 겨우 구할 수 있습니다.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은 겉포장도 먹태깡과 비슷합니다. 노가리포와 마요네즈 소스를 올린 어두운 배경에 '청양마요맛'을 강조해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다만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연초부터 맥주 안주 콘셉트를 적용한 오잉 브랜드 신제품을 준비해왔다"며 "먹태와 노가리는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정서희

식품업계 특히 제과업계에서 베끼기는 관습이라 할 만큼 만연해 있습니다.

2014년 해태가 허니버터칩을 선보이자, 농심은 곧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로 맞섰습니다. 오리온(271560) 역시 포카칩 스윗치즈와 오감자 허니밀크로 대응했습니다. 롯데는 꼬깔콘 허니버터맛을 내놨습니다.

일본을 필두로, '해외 제품을 따라한다'는 비난에도 제과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1983년 출시된 롯데 빼빼로는 1966년 일본 글리코가 출시한 포키를 표절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리온이 8년간 개발했다며 출시했던 꼬북칩은 일본 사쿠사쿠콘, 에어리얼과 맛도 모양도 흡사하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2018년 빙그레(005180)가 1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세상에 없던 아이스크림' 슈퍼콘은 발매 즉시 일본 글리코 자이언트콘을 베꼈다고 빈축을 샀습니다.

유행과 성공 방정식에 편승한 이런 미투(Me too) 제품은 딱히 법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제과 관련 레시피를 고유한 창작물로 인정하지 않고 아이디어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법이나 실용신안권으로 보호받기도 어렵습니다. 특허나 실용신안을 받으려면 창조성과 진보성을 기술로 입증해야 합니다. 비슷한 재료로 굽고 튀기는 제과류가 이 '유별남'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2017년 CJ제일제당(097950)은 자사 제품 '컵반'을 표절했다며 오뚜기(007310)와 동원F&B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상품 자체가 결과적으로 흔한 형태라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게다가 특허 출원을 하려면 원재료를 속속들이 공개해야 합니다. 이 경우 특허 신청 과정에서 경쟁업체에 제품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를 빼앗길 위험도 있습니다.

반면 미투 제품이라는 오명(汚名)을 한 번 쓰는 대신 얻는 경제적 대가는 적지 않습니다. 후발 모방 기업은 선두업체가 닦아 놓은 성공 가도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자연히 시장 분석이나 제품 개발에 쓰는 연구비가 크게 줄어듭니다.

롯데웰푸드 전신 롯데제과는 매출 금액에 대비한 연구개발비(R&D) 비중이 2017년 0.73%에서 합병 전 2021년까지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롯데푸드와 합병 후 이름을 롯데웰푸드로 바꾼 지난해에도 0.63%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해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매출 대비 1.17%를 연구개발비로 썼습니다.

*2017~2021년 롯데제과, 2022년은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사(롯데웰푸드) 기준 그래픽=손민균

이들 기업이 표절 시비가 일어날 때마다 내놓는 답변은 비슷합니다. '사실과 다르다' 혹은 '콘셉트만 비슷하다'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서로 각 사 유명 제품을 돌려막기 식으로 따라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법에 기댈 수도 없습니다.

이영석 법무법인 바른미래 변호사는 "특허법 위반은 피해자가 먼저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라 피해를 본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소송을 해야 한다"며 "제과업계는 그동안 벤치마킹이라는 명목으로 서로 베낀 제품이 많아 강하게 법적 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끼기 혹은 아이디어 탈취로 미투 제품이 범람하면 일시적으로 시장은 커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곧 거품이 가시면 봇물같이 쏟아진 비슷한 제품에 한층 까다로워진 소비자를 감당해야 합니다. 쪼그라든 연구개발비로 이를 극복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브랜드는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단단한 철학과 가치를 담고 있어야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고, 이런 브랜드가 오래 간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스낵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따라하기'라면 장기적인 이미지 손실이 표절 상품으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이득보다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