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3대장(일명 에루샤)만 바라보던 백화점들이 식품관 강화 등 새 활로 찾기에 나섰습니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길이 열리면서 국내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줄고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끼 상품을 일일 한정으로 판매하는 것이 가장 통상적인 방법입니다. '하루에 100명 한정'과 같은 방식으로 시중보다 싼 가격에 고기나 과일, 채소 등 식품류를 살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래픽=정서희

1998년 외환위기 시절이나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 같이 소비심리가 특히 위축됐을 때 백화점에서 자주 구사해왔던 마케팅 방법입니다. 살림이 쪼들려도 식료품은 사야하는 소비자들을 일단 끌어들이고 온 김에 다른 물건도 사는 소비 행태를 자극하려는 것이지요.

지난 몇 년간은 사실 한물 간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고급스런 분위기를 느끼려고 오는 백화점인데 몇백원 아끼는 식료품으로 고객을 끌 이유가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명품 백화점으로 유명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부터 식품 한정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2~27일까지 판매한 10개짜리 유정란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마트에선 5000원 가량에 파는 유정란을 1500원에 판매한다고 하니 개점 직전 지하 1층에선 한 줄 서기까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로 명품이 인기를 끌던 때 오픈런(개장하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달리는 것)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식품을 사러 백화점에 왔다가 다른 상품도 두루 사가는 것을 노리고 있다"면서 "식품 자체는 큰 돈이 안 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명품 소비가 급격히 꺾인 시대에서 매출 증대에 분명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백화점들이 과거 성공방식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엔 일명 '투트랙(어떤 일을 처리하기 위한 두 가지 경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럴 듯한 먹거리를 백화점에서 즐기려는 수요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10~20년 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양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이 맥락에서 신세계 강남점은 지하 1층에 면세점 코너와 파미에 스트리트 일부를 식품 매장으로 꾸미기 위한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신세계 강남점의 식품관 리뉴얼(새단장)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의 일입니다. 영업면적 2200여평에서 6000여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식품을 아주 세분화하고 그 구성의 깊이까지 더한 전문관을 만들 예정"이라면서 "인기 좋은 식음료(F&B) 업장을 두루 갖추고 최대 와인 구색까지 선보여서 '식품관을 둘러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18년 만에 지하 1층 식품관을 전면 리뉴얼 했습니다. 국내외 유명 셰프들이 개발한 미식 레스토랑 브랜드 8개를 단독으로 꾸렸고 국내 유명 맛집과 인기 디저트 브랜드 진저베어와 마사비스도 유치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명품업체에게 주는 수수료율과 같은 대우를 해주면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잠실 롯데월드몰에 유치했습니다. 개점 첫 날부터 끝이 안 보이는 줄서기로 이목을 끌기도 했지요.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식품 부문을 강화하면 상품권 증정과 같은 다른 행사를 꾸리지 않아도 소비자를 불러올 수 있어 가장 확실한 집객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작년의 승부수가 명품이었다면 올해는 식품관을 중심으로 한 대전(大戰)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