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식 즉석밥이 할인을 많이 하던데, 여긴 안 하나요?”

최근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에서도 하림의 더미식 즉석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더미식은 하림이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입니다. 즉석밥 외에도 라면과 밀키트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 중에서 즉석밥이 최근 빛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픽=손민균

즉석밥 부문의 가장 큰 경쟁사는 다름 아닌 CJ제일제당(097950)입니다. 즉석밥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의 ‘햇반’의 시장 점유율은 70%대에 이릅니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햇반’을 내놓았기 때문에 인지도도 가장 높고 품질에 대한 믿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마트에서 하림의 더미식 즉석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 왜일까요?

식품업계에서는 하림(136480)이 CJ제일제당과 쿠팡과의 갈등 속에서 파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을 펼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햇반이 없는 무주공산 틈을 타서 이른바 100원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뜻입니다.

하림은 지난 6월 쿠팡에서 ‘The 미식’ 브랜드 즉석밥 3종 세트를 1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백미밥·귀리쌀밥·오곡밥 1개씩 구성된 세트로 전체 7100원짜리지만 파격가로 판매에 나선 것입니다.

제품이 모두 판매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7월에도 같은 행사를 또 한번 진행했습니다. 총 6만 세트가 이렇게 팔렸습니다. 판매액은 600만원. 원래 판매액은 4억6000만원 수준이어야 하는데 그만큼 손해를 보고 행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소비자 각인은 확실하게 했다는 평가입니다. 판매와 동시에 큰 손해를 봤지만 하림이 만든 즉석밥도 먹을 만 하다는 인식을 심는 데는 성공했으므로 반복 구매를 불러올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덕분인지 하림지주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더미식 즉석밥’을 포함한 쌀 가공식품의 매출은 80억82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매출액(8억)을 감안하면 10배 가량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매출을 늘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더 미식’ 브랜드가 펼치던 프리미엄 전략과는 거리가 있는 방식으로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직도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마트 식품MD는 “소비자 인지도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할인을 하면 사는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자리매김 한 것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전략을 제대로 구사해서 판매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 애초부터 즉석밥과 같은 식품에 프리미엄 전략을 가져다 붙이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었다는 평도 많습니다. 간단한 밀키트에 아무리 호텔 브랜드를 가져다 붙여도 가격 저항이 높은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라면이나 즉석밥 등이 고급화된 이미지를 가져가긴 쉽지 않다”면서 “요리하기 싫을 때 적당히 한 끼, 놀러나가서 적당히 한 끼를 먹는 식품이라서 그렇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