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강원 평창군 평창읍에 위치한 독도소주 생산 공장. 새 소리만 이따금씩 들리는 고요한 공장 건물 외관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이날 찾은 1500평의 독도소주 공장 부지에서는 임진욱 케이알컴퍼니(독도소주 생산 법인) 대표 등 단 3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박스 포장을 제외한 전체 공정의 대부분이 자동화가 된 덕분이다.

독도소주 제품 사진./평창=이민아 기자

독도소주 17도는 2021년 3·1절을 기념해 출시됐다. 10여 년 전 한국인 치과의사 고(故) 안재현 씨가 미국에서 출시한 '799-805 독도 와인(DOKDO WINE)'의 정신을 잇고자 임 대표가 사업을 시작했다.

독도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어 생산하는 일반 희석식 소주와 달리 국내산 쌀을 감압 증류한 원액과 울릉도 해양 심층수 성분을 압축한 미네랄농축수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독도소주는 올해 2월 평창 자체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기 전까지 2년 간 50만병이, 올해 2월부터 8월 현재까지 40만병이 팔렸다. 올해 들어 2년 간의 생산량을 앞지를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올해 판매 목표치는 100만병이다.

임 대표는 해외에 독도라는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가 동아운수 대표로 일할 땐 버스에 독도 우편번호를 달았고 버스 안 미술관에서는 독도 사진전을 열었다고 한다.

공장 문을 열자 원료 세척기부터 눈에 띄었다. 600㎏의 쌀을 도정하고 불리는 곳이다. 흔히 전통주를 제조할 땐 고두밥으로 술을 만드는데, 독도소주는 생쌀을 완전히 갈아 물과 섞어 '발효조'로 보낸다. 발효조는 이렇게 액상이 된 쌀물을 발효시키는 거대한 통이다.

독도소주 발효조 시설./평창=이민아 기자

발효조는 삼중 구조로 돼 있어, 겉면에 온수와 냉수를 흘려보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발효조 속 맑은 쌀 물은 마치 쌀 음료 '아침햇살'과 비슷해 보였다.

이 모든 공정은 수십개의 버튼이 달린 '콘트롤 판넬'에서 조정하고 있었다. 콘트롤 판넬을 통해 온수를 투입할지 냉수를 투입할지 등 생산 과정의 대부분을 제어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이 덕분에 이 공장에서 세 명만 근무해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독도소주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감압 증류기였다. 1회 2톤의 증류가 가능한 감압증류기는 높이가 6미터 정도로 키가 무척 컸다.

감압증류는 낮은 압력에서 물질의 끓는점이 내려가는 현상을 이용하는 분리법이다. 감압 방식에서는 섭씨 40~50도 정도에서 미리 증류를 하기 때문에 술에 탄내가 거의 나지 않고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독도소주 공장 입구에 걸려 있는 태형 태극기./평창=이민아 기자

임 대표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공장 설비도 새로 단장했다"고 했다. 머루주를 만들던 공장을 새로 단장해 시설을 들인 것이 반년 전이다.

그는 감압 증류기 안 쪽에 교반(攪拌·휘저어 섞음)을 할 수 있는 모터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감압 증류기 내부에 모터가 달린 생산 시설은 독도소주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원액을 끓이면서 시설 하단에 눌러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설인데 모터가 돌아가면서 기압이 빠질 우려가 있어 많은 회사들이 이 방식을 꺼린다"고 했다.

독도소주를 만드는 생산 설비. 왼쪽이 감압 증류기.

부드러움을 위해 증류 탑의 높이에도 신경을 썼다. 냉각기 표면에는 4도 정도의 차가운 물이 흘러다니면서 기체가 된 알코올을 식혀 다시 액체로 변화시킨다.

임 대표는 "탑의 높이와 냉각기 길이, 각도에 따라 굉장한 맛의 차이가 생긴다"며 "증류 탑의 높이를 높게 만들어서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액은 관을 통해 탱크로 보내진다. 이 원액은 울릉도 해저 1500m에서 심층수를 추출해 농축시킨 액상 미네랄, 그리고 물과 섞이고 포장돼 완제품이 된다. 이렇게 생산된 독도소주는 울릉도와 전국 편의점으로 이송된다.

임 대표는 독도소주의 해외 수출을 통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금까지 독도소주는 순항하고 있는 모양새다. 수요가 많아 공장을 증설할 계획도 세우고 있고, 8·15 광복절을 맞이한 특별판도 생산했다.

임 대표는 "미국 수출을 위한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름다운 한국의 섬(Beautiful Island of Korea)'이라는 라벨을 붙여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려고 한다"며 "현재 오크를 수입하고 있는 중이며 향후에는 술을 오크에 숙성하는 10년 짜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