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닭고기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다.

삼복(三伏) 등 계절적 수요와 더불어 수해가 겹친 영향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지만, 정부는 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적게 유지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14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당 4352원까지 떨어졌던 닭고기 평균 가격은 지난 11일 4962원까지 올랐다.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하던 닭고기 가격이 일주일 새에 14%나 오른 셈이다. 평년(2018~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1% 높다.

닭고기 가격은 지난달 중순 5266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당부하고, 업계가 이를 받아들여 종란(種卵)을 수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내림세를 보였다.

정부와 업계의 간담회가 있던 지난달 13일 닭고기 평균 가격은 ㎏당 5266원이었지만, 일주일 뒤인 지난달 20일에는 4809원으로 하락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4352원까지 내렸다.

업계는 초복 전후로 치솟았던 닭고기 가격이 호우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면서 내렸다가 말복을 전후로 다시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양계장이 많은 충청 당진, 음성, 논산 등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닭 76만9100마리가 폐사했다.

◇ 작년 10월 이후 종계 부족 현상 지속… "공급 부족 발생 쉬워"

업계의 설명과 달리 농식품부는 업계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종계 사육 마릿수를 적게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닭고기 생산에 쓰이는 닭은 종계(種鷄)가 낳는 알에서 나오는데, 업체들이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종계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작은 요인에도 공급에 차질이 생겨 가격 변동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종란을 낳는 육용종계 성계의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10월 평년 수준 이하로 떨어졌는데, 그 이후 부족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423만마리로 평년 대비 34만마리 적은 수치를 기록한 육용종계(성계) 사육 마릿수는 같은 해 11월(434만마리)에도 평년 대비 11만마리 적었고, 그 다음 달에도 1만마리 적었다.

올해에는 지난 1월 평년 대비 9만마리 많은 452만마리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지속해서 평년 대비 적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11만마리 적은 461만마리, 5월과 6월에는 각각 472만마리와 442만마리를 기록해 6만마리 적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많은 수의 종계를 유지하면 사료가 많이 필요한데, 지난해 사료 가격이 많이 올라 비용 부담이 컸을 것"이라면서 "각 업체들이 연간 생산 생산량을 고려해 종계를 최소 수준만 유지하려고 하면서 공급 부족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업체들의 수익성이 높아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인 하림(136480)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0.4% 늘어났다.

경기도 안성시의 한 양계장 모습. /연합뉴스

◇ 정부, 오는 10월 정상화 예상… 전문가 "시장 견제 장치 필요"

정부는 종계 수 부족으로 인한 공급 문제가 오는 10월 이후부터는 해결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말부터 종계 수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업계에 협조를 요청한 결과 지난 4월부터는 육용종계 사육 마릿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육용 종계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4월 811만마리로 평년(804만마리) 수준을 넘어섰고, 지난 6월에는 812만마리로 평년(788만마리)보다 24만마리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사들여 키우는 종계는 보통 6개월 뒤부터 생산에 가담할 수 있게 된다"면서 "오는 10월부터는 4월에 들어온 종계 일부가 생산에 투입될 수 있는데다, 업체들이 수입한 종란도 닭고기로 출하될 수 있어 공급이 안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시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의 경우 정부가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축을 하는 물량이 있다"면서 "종계 사육 마릿수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일정 수준의 종계 수를 갖고 있으면서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