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계에 내세울 우리나라 술 브랜드로 'K-술(K-SUUL)'을 낙점했다.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세청과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수출용 주류에 한국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붙이는 통합 브랜드 이름을 'K-술(K-SUUL)'로 확정했다. 현재 수출지원협의회 위원들과 함께 도안을 상품에 어떻게 적용할 지 막바지 논의를 하는 단계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르면 10~11월부터 수출하는 우리나라 술 겉면에 이 로고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술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술을 통칭하기 위해 만든 통합 브랜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K-POP(케이팝), K-food(케이푸드) 같은 'K브랜드'에 우리 술을 접목해 세계인이 두루 알만한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세계적인 술들은 맛과 품질을 넘어 제품 네이밍(naming)과 상표디자인, 스토리텔링 같은 브랜드 전략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 가령 '사케'는 일본, '보드카'는 러시아, '테킬라'는 멕시코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반면 외국에서 '대한민국 술'이라고 하면 떠올릴 만한 우리 술 브랜드는 아직 없다. 그나마 소주(soju)가 유명하지만, 여러 주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소주가 저렴한 주종으로 자리를 굳혀 고급화와 수출 단가 책정에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에서는 그동안 소주와 막걸리 같은 전통주를 포함해 위스키와 맥주까지 국내에서 빚는 모든 술을 아우르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우리술 수출지원협의회 위원들은 통합 브랜드로 K-술 외에도 K-리큐르와 코리아를 합친 'K-리코리아(K-Liquorea)' 같은 브랜드 이름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 4월 우리나라 술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우리술 수출지원협의회를 출범했다.
단장은 박성기 막걸리수출협의회장과 정재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공동으로 맡았다. 여기에 외식 전문가 백종원 씨와 국산 위스키 개척자 김창수 씨, 이화선 우리술문화원장 등 민간 업계 전문가가 자문단으로 참여해 드림팀을 꾸렸다.
협의회 출범식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은 "전통주 업체나 주류업체는 내수시장 자체가 크지 않으니 수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K-팝, K-드라마처럼 세계적으로 한국 상품이 인정을 받고 있는데 한국 술도 본질적으로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무역수지 적자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와인과 위스키 수입액은 급증한 반면, 막걸리를 포함한 우리 술 수출액은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2019년 1조 295억원이던 주류 수입액은 지난해 1조 7219억원대로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4047억원에서 3979억원으로 줄었다.
국세청이 중소규모 주류제조업체 10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83.4%는 "주류 수출을 희망하지만 수출 활로 개척에 한계를 느낀다"고 답했다.
K-술이 우리나라 술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이런 주류 무역수지 적자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규모 주류제조업체는 주류를 수출할 때 K-술 로고를 제품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000080)와 오비맥주 같은 주류 관련 대기업은 자사 주류를 수출할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업체 제품을 함께 홍보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