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맥주를 팔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1997년 이후, 주류(酒類) 판매는 25년 만에 처음이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5일부터 경기도 여주 자유CC(컨트리클럽)점에서 ‘데블스도어 X 스타벅스 라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맥주는 같은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푸드(031440)가 운영하는 크래프트비어 펍(pub) 데블스도어에서 만든다. 데블스도어에서 맥주를 만들어 스타벅스 지점에 공급하는 케그(생맥주통) 형태로 공급하는 구조다.
맥주 가격은 355밀리리터(ml) 톨사이즈 한 잔당 1만2000원이다. 맥주 형태는 가장 대중적인 라거(lager) 중에서도 청량함과 시원한 목넘김을 강조하고 도수를 더 낮춘 라이트 라거 계열에 속한다.
스타벅스는 이 맥주 양조 과정에 ‘별다방 블렌드’ 원두를 배합해 독특한 커피향을 입혔다. 별다방 블렌드는 2021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MD팀이 우리나라 소비자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원두다. ‘별다방’이라는 스타벅스 우리말 애칭을 전 세계 상대로 나가는 제품에 그대로 붙인 이례적인 원두기도 하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여주 자유CC점은 골프장 매장 특성 탓에 맥주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데블스도어와 함께 이 제품을 만들었다”며 “아직 해당 맥주를 다른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은 세우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매장에서 이미 주류를 팔고 있다.
미국에서 스타벅스는 2015년 당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의장이 커피 전문점을 넘어 ‘제3의 공간’을 지향하면서 맥주와 와인을 취급했다. 커피 매출이 떨어지는 저녁시간대를 겨냥한 이른바 ‘이브닝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주류 판매가 카페 특유의 호젓한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1년여만에 이 프로그램을 접었다. 현재는 뉴욕 맨해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워싱턴주 시애틀 다운타운 지점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주류를 판매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주로 주요 도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술을 팔고 있다. 일본 도쿄 지역 리저브 매장 대부분에서는 스타벅스 차 브랜드 티바나와 커피를 이용한 칵테일을 취급한다. 지역 특성을 살린 ‘뉴 도쿄 패션’ 혹은 ‘스파클링 벚꽃 알루어’ 같은 한정판 칵테일도 선보였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커피토닉과 케냐 자몽 맥주 같은 주류로 지역화에 성공했다.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일부가 한때나마 주류를 팔았다. 매일유업(267980) 계열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바셋은 엠즈베버리지가 수입했던 삿포로 맥주를 취급한 전례가 있다. 할리스커피와 투썸플레이스 역시 각각 여러 수입맥주와 원두커피를 넣은 스타우트 맥주를 판매했다.
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5년 동안 국내 매장에서 주류 판매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절대 주류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답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맥주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자유CC점 추이를 보고 앞으로 데블스도어 X 스타벅스 브랜드를 활용한 기업간(B2B) 거래로 공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데블스도어 설비로 소화할 수 있는 맥주 생산량을 감안하면 전국 1700여개 매장 가운데 더북한강R점, 더양평DTR점 같은 관광지와 교외 지역 대형 매장에 리저브 바 형태로 맥주를 한정 판매하기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