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T는 호텔신라에서 100% 지분을 출자한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SHP가 운영하는 피트니스센터의 한정 인원 어린이 회원 대상 프리미엄 영어·피트니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최근 이 광고가 나오자 서울 강남 학부모 사이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신라(008770)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영어·피트니스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소문입니다.

해시태그에는 ‘호텔신라’가 들어있고 이 글을 올린 계정의 아이디(ID)도 ‘삼성블루타이거즈’였습니다.

SCAT의 프로그램 홍보 문구. 학부모들은 "호텔신라의 100% 자회사인 SHP가 운영하는 피트니스센터의 영어 피트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이라는 부분에서 착각을 하고 호텔신라와 관련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오인했다./인스타그램 캡처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기대감은 커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굳이 외국으로 캠프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계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괌으로 3주간 프로그램을 가는데 드는 비용은 약 2000만원 수준.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최고 등급 멤버십은 24개월에 약 1560만원입니다. 한 달에 65만원 꼴로 영어 수업을 하면서 요가와 운동, 간식, 발렛 픽업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호텔신라가 어린이 대상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호텔신라가 지난해 1월 분리돼 신설한 SHP란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서 나온 광고 문구에 등장하는 회사인 SHP는 서울 서초구의 삼성레포츠센터와 서울 강남구의 종합피트니스클럽 반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서울 서초구 삼성레포츠센터에서 한정 멤버십으로만 운영한다고 하니 일단 소수 정예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업에 진출하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서울신라호텔 전경

프로그램의 짜임새가 좋을 것이란 평가도 나왔습니다. SHP 실적에 이부진 사장이 신경쓰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직접 SHP를 언급하며 경쟁력 고도화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호텔신라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입니다. 광고문구에 대해서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호텔신라 측은 해당 광고는 과대광고라서 모두 내리도록 했고 이와 관련해선 추가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SCAT란 회사는 SHP가 운영하는 삼성레포츠센터와 임차계약을 맺은 임차인일 뿐”이라면서 “여기서 하는 프로그램과 호텔신라, 자회사 SHP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습니다.

강남 학부모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던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고품격 어린이 프로그램은 실체가 없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호텔신라가 소비자 혼란을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지적합니다.

이 프로그램 상담을 기다렸던 한 학부모는 “아이 친구 부모에게 프로그램을 추천했다가 망신만 당하게 생겼다. 방학에 아이들을 어디 보낼 지 다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 허탈하고 화가 난다”면서 “SHP는 임대차 계약만 맺고 임차인이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하는 지 나몰라라 했던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의 ‘킬러 문항’을 문제 삼으면서 사교육 시장을 정조준했습니다. 이런 사교육 시장의 문제는 비단 중·고등학생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어와 체육 교육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써야 하는 회원권이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것을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과대광고가 판 치는 사교육 시장 상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