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가 불붙인 ‘저(低)칼로리 술’ 경쟁에 와인까지 뛰어 들었다.
지난해 9월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설탕을 뺀 저칼로리 소주 ‘새로’를 선보인 이후, 소주업계에는 칼로리 낮추기 바람이 불었다.
시중에서 팔리는 희석식 소주는 주정(酒精)에서 나는 쓴 맛을 줄이기 위해 당(糖)을 첨가한다. 이 당 대신 에리스리톨이나 스테비아 같은 감미료를 넣으면 칼로리를 20% 정도 쉽게 줄일 수 있다.
맥주는 소주보다 저칼로리 제품 만들기가 어렵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탄수화물 성분을 줄이는 식으로 칼로리를 낮춰야 한다.
세계적인 맥주 회사들은 발효 공정에서 맥아 효소를 인위적으로 일부 죽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라이트(light)’ 제품은 맥주 대목에 해당하는 매년 여름마다 판매량이 치솟는다. 오비맥주 ‘카스 라이트’, 하이트진로(000080) ‘에스 라이트’ 같은 제품은 시중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와인업계는 최근에야 인위적으로 칼로리를 낮춘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포도 품종과 원산지, 알코올 도수를 중심으로 와인을 샀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부터 주류 열량 자율표시제를 시행하자 열량을 선택 지표에 넣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500명 중 71%가 ‘술에 열량 표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저칼로리 와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는 채 3년이 지나지 않았다. 본래 와인 맛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칼로리를 낮추려면 전통적인 양조 기법을 넘어선 새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지난 13일 칠레산 저칼로리 화이트와인 디아블로 비라이트 소비뇽 블랑을 선보였다. 보통 화이트와인 열량은 1잔(125밀리리터)을 기준으로 100kcal 정도다. 디아블로 비라이트 소비뇽 블랑은 칼로리를 70kcal로 30% 가량 줄였다.
아영FBC 디아블로 브랜드 관계자는 “여름을 맞아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저칼로리 와인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 5월 올 여름을 앞두고 옐로우테일에서 만든 저칼로리 와인 ‘퓨어 브라이트’에 힘을 집중했다. 옐로우테일은 우리나라 누적 판매량이 1000만병에 달하는 유명 호주와인 브랜드다.
존 카셀라 옐로우테일 회장은 9년 만에 직접 우리나라를 찾아 “퓨어 브라이트는 알코올 도수와 칼로리를 줄였지만, 한식과 잘 어울린다”며 “미국에서 퓨어 브라이트는 옐로우테일 판매량 가운데 7%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저칼로리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탄수화물 성분을 줄인다.
알코올은 1그람(g) 당 7kcal를 품은 고열량 물질이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자연스럽게 칼로리도 줄어든다. 탄수화물 성분을 빼내는 동시에 알코올 도수를 낮추기 위해 와인 제조사들은 역삼투압 여과나 스피닝콘(극저온 진공 증기증류) 같은 첨단 기술을 동원한다. 때로는 물을 타 농도를 희석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알코올과 탄수화물 여과 과정에서 고유한 와인 풍미마저 칼로리와 같이 사라지기 쉽다. 칼로리를 낮추기 위해 자칫 과하게 여과나 희석 과정을 거치면 자칫 이도저도 아닌 술이 나온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 리서치사 와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저칼로리 와인에 대한 호불호를 묻는 설문 결과 응답자 가운데 27%는 ‘맛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또 다른 25%는 ‘와인이 아닌 것 같다’고 응답했다.
와인 제조사로선 와인 맛을 구성하고 좋은 향기를 뿜어내는 핵심 화합물은 그대로 유지하고, 알코올과 탄수화물 성분만 뽑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기존 화이트와인은 보통 11~13도 정도다. 반면 디아블로 비라이트와 옐로우테일 퓨어 브라이트는 모두 도수가 8도를 살짝 웃돈다. 3~5도를 낮추면 알코올에서 나오는 칼로리를 최소 25%에서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
도수가 낮기 때문에 저칼로리 와인은 오래 숙성하기 보다, 가볍게 마시기 좋다. 가격도 국내 판매가 기준 1만원 선으로 다른 와인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