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우리나라 수입 맥주 시장 1위를 재탈환했다.

일본 맥주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그러나 2019년 7월부터 ‘노재팬(No Japan)’으로 불린 일본산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수입액이 급감했다.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순위 역시 2019년 11월 한때 17위까지 떨어졌다.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홍콩산 맥주마저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 맥주 수입량은 팬데믹 이후 불매운동 기세가 꺾이면서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일본 맥주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상승세다. 올해 1분기 일본산 맥주는 중국과 네덜란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지난 5월 일본 맥주 업계 1위 업체 아사히가 선보인 신제품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은 서서히 열이 오르던 일본 맥주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뚜껑을 통째로 따서 생맥주처럼 마시는 이 캔맥주 제품은 한때 맥주 업계에서 보기 드문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그 결과 마침내 일본 맥주는 지난달을 기점으로 국내 수입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그래픽=정서희

18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5553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4.9% 늘었다. 수입액 역시 456만 달러(약 57억8000만원)로 291.1% 뛰었다. 지난달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일본이 2019년 7월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기준으로 2018년 이후 역대 일본 맥주 수입량 기록을 새로 쓸 기세다.

우리나라 전체 맥주 수입량 가운데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였다. 수입 맥주 4캔 중 1캔은 일본산이라는 의미다. 올해 초까지 1위 자리를 유지했던 중국 맥주는 2위로 밀려났다. 지난달 중국 맥주 수입량은 3431톤으로 일본 맥주 수입량 대비 60% 선에 그쳤다.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일본 맥주 수입사들은 차가운 국내 시장에서 ‘고난의 행군’을 펼쳤다.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매출이 70% 줄자 인력 60%를 감원했다. 삿포로와 에비스 국내 유통을 맡은 매일유업(267980) 계열사 엠즈베버리지 역시 무급휴직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들은 올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자 ‘잃어버린 4년’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은 국내 시장 전용으로 다시 디자인해 선보였다.

삿포로맥주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팝업스토어 ‘삿포로 더 퍼스트 바’를 운영하고 있다. 삿포로맥주가 국내에 팝업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토리 맥주도 지난 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용산구에서 산토리 생맥주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일본 주류전문 유통사 후지이트레이딩의 이케다 쇼고 주류 부문 마케팅 담당자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일본 내에서 맥주 소비량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 대형 맥주 제조사들은 감소하는 내수 물량을 감당해 줄 만한 해외 시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은 소비자 경제력이나 취향 수준이 다른 아시아권 국가보다 높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물류비용이나 변질에 따른 매몰 비용도 적은 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