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젤리 시장 점유율 1위 하리보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일부의 중량을 20% 줄이기로 했다. 중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원가 상승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원가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과 같다.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제조사들이 라면·과자 등의 공급가를 내리고, 편의점 업계가 아이스크림값 인상을 철회하는 등 가공식품 가격 인하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사실상 인상을 단행하는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리보 사우어웜즈(왼쪽)와 하리보해피콜라사워. /하리보 제공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리보는 이달 중순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100g짜리 제품을 80g짜리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아직 교체 시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생산 일정과 제품 재고 등의 상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교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상 제품은 하리보 사우어웜즈, 하리보 해피콜라사워, 하리보 믹스사워 등 3종으로 해당 제품들은 현재 개당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리보 관계자는 "일부 100g짜리 품목을 80g으로 변경 계획이 있는 것은 맞는다"고 했다.

하리보가 이달 중 제품 중량을 변경하면 주요 제품의 판매 가격을 평균 11.1% 인상한 2021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격 인상 효과를 보는 셈이다. 당시 하리보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하리보 골드바렌, 하리보 스타믹스젤리 등을 포함한 주요 제품 가격을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고, 하리보 메가룰렛도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인상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하리보의 제품 중량 변경은 일부 제품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하리보 계란후라이, 하리보 해피몬스터 등 하리보 신제품의 경우 80g짜리 제품임에도 기존 100g 제품의 가격인 2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리보는 2016년부터 매년 구미 젤리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한국 시장 점유율은 43.4%로 절반에 가까웠다. 2위는 오리온 마이구미 13.3%, 트롤리 10.3%로 집계됐다.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대신 중량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경우는 앞서도 여럿 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 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오리온(271560)은 초콜릿 바 핫브레이크의 중량을 50g에서 45g으로 줄였고, 농심(004370)도 양파링을 84g에서 80g으로 줄이면서 가격은 유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신 중량 조절을 택하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아무래도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저항이 덜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