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과 마찰이 불거졌던 사조그룹의 오너 3세 주지홍 부회장이 사조대림(003960)이 매각한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오너일가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 부회장은 지난 7일 시간 외 대량매매로 사조대림 주식 14만주를 주당 2만4700원에 매입했다. 전체 매입가는 34억5800만원으로, 주 부회장의 사조대림 지분율은 종전 0.03%에서 1.56%로 늘었다.

사조대림은 자사주 중 주 부회장에게 팔지 않은 나머지 1만1171주를 시장에 매도했다. 평균 매도가는 주 부회장이 사들인 가격보다 높은 주당 2만5051원이다.

사조그룹의 제분·사료 업체인 사조동아원(008040)도 지난 4월부터 지속해서 사조대림의 지분율을 늘려가고 있다. 사조동아원은 지난 4월 28일 사조대림 주식 1000주를 매입한 이후 지난 6일까지 모두 5만4271주를 사들였다.

매입 시기별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5억3886만원을 들인 것으로, 사조동아원의 사조대림 지분율도 7.86%에서 8.70%로 늘었다.

사조대림은 주 부회장의 지분 매입에 대해 “자사주 처분이 미칠 주가 하락 등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자의 투자 의향을 고려하여 주 부회장을 처분 대상자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충분한 사조대림이 오너 일가에게 지분을 매각한 데다 계열회사 역시 지분율을 높여가면서 사조대림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사조그룹은 계열회사에서 소액주주와 마찰을 빚어왔는데, 이를 고려해 자사주를 시장에 풀기보다 오너 일가에 매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조대림은 어묵과 유지류 등을 제조하는 업체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조188억원, 영업이익 977억원을 올린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주 부회장은 지주사인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39.7%)로 이를 통해 사조산업과 사조대림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지분 30.68%를 갖는 최대 주주이고, 사조산업은 사조대림의 지분 13.77%를 갖는 최대주주다.

지난해 3월 사조오양(006090) 주주총회에서는 행동주의 성향 사모펀드와 소액주주에 의해 이사회의 감사위원 선임안이 부결됐다. 대신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이상훈 경북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안이 가결됐다.

2020년말에는 사조산업(007160) 소유의 캐슬렉스서울과 주 부회장 개인회사격인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하다 배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 부회장과 사조산업 경영진이 추진했던 골프장 합병안은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이 캐슬렉스서울에 전가되고, 이를 통해 부동산 가치가 큰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주 부회장이 편취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일로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반발해 소액주주 추천 감사 선임 등 경영참여를 시도했으나 사측의 지분 쪼개기와 정관 변경으로 인해 표 대결에서 밀려 무산됐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주가 하락 우려 최소화라는 회사의 설명도 일리가 있지만, 현금성 자산이 충분한 상황이라 자사주 소각을 택했다면 주주환원에도 부합하고, 오해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사조대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26억원이다.

그는 또 “자사주가 시장에 유통되면 그만큼 이사회 안건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갈 가능성도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사조대림은 이미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자가 과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오너 일가와 계열회사가 지분을 더 확보한 데는 지배력 강화의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