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이 14일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됐다.
그에 앞서 식품업계는 재빠르게 '아스파탐 손절'에 나섰다. 아스파탐을 배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을 넘어 "아스파탐을 뺀 제품이 여기 있습니다"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스파탐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이 난 건 아니다. 이미 지난 1981년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의 안전성을 평가해 허용 기준을 정했다. 2B군에는 김치나 피클 같은 절임 채소류나 알로에 베라도 포함돼 있다. "아스파탐의 위험도가 과장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수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2B군(발암 가능 물질)'으로 분류했다. 소비자들이 아스파탐을 얼마나 섭취해도 되는지 실질적으로 알려주는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일일섭취허용량은 현행 1㎏당 40㎎ 기준이 유지됐다.
식품 기업들은 유해성 여부와는 관계 없이 발 빠르게 '무(無) 아스파탐'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B2C 기업의 숙명"이라면서도 "조용히 있던 기업이 갑자기 나서서 '우리는 아스파탐을 쓰지 않는다'고 홍보하는 건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며 얌체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린 아스파탐 없어요" 물 만난 듯 소비자 유혹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더본코리아 백종원과 손잡고 '무(無) 아스파탐' 막걸리 '백걸리'를 출시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아스파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無 아스타팜'을 강조하며 신상품을 홍보한 것이다. 서울 장수막걸리도 아스파탐 배제를 검토하고 있다.
장수막걸리를 포함해 시중에 유통 중인 생(生) 막걸리 제조업체들 열에 여덟은 막걸리에 아스파탐 같은 첨가물을 넣는다. 인위적으로 생막걸리 유통기한을 늦추고,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아스파탐 뿐 아니라 아세설판칼륨 같은 감미료 역시 관행처럼 들어간다.
비슷한 시기에 오리온(271560)도 포카칩과 고래밥 등 10여개 스낵 제품에 평균 0.01%로 극소량의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빙그레는 쥬시쿨, 요구르트(65ml) 등 일부 제품에 아스파탐을 쓰는데, 이를 다른 대체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크라운제과도 '콘칩 초당옥수수맛'에 들어간 아스파탐 원료 대체 논의에 착수했다.
이마트(139480)는 PB 음료 5종에 들어가있는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만들어놓은 음료는 그대로 판매하되, 추가 생산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롯데마트도 팝콘 등 과자류 10개 PB 품목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감미료 들어있는 것만 찾아 먹어도 일일 섭취량 못 넘길 것"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행태가 아스파탐에 대한 공포심을 과도하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계없이 식품기업들이 특정 원료를 잘 쓰다가 안 쓰면 소비자들에게 '아스파탐이 진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1군 발암 물질인 알코올을 파는 회사가 2B군 아스파탐을 뺀다고 난리"라며 "국민 건강이 그렇게 걱정되면 차라리 '우리는 막걸리를 더 이상 안 팔겠습니다. 우리는 발암물질을 양심적으로 팔 수가 없습니다'라고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IARC는 알코올을, 즉 술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한다. 암 발생과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공인된 물질을 1군으로 분류한다. 몸에 더 해로운 것이 확실한 1군 발암 물질에 2B군이 될 아스파탐을 뺐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있냐는 지적이다.
하 교수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는 기업들 때문에 지금 소비자들이 더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기업들의 얌체 짓 때문에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인공 감미료, 특히 아스파탐이 모든 식품에 들어가는 양이 워낙 미미하다"며 "감미료가 들어 있는 것만 찾아서 먹는다고 해도 그렇게 큰 효과가 없다. 한국인은 아스파탐을 하루 섭취 허용량으로 정한 것의 1%도 먹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스파탐의 하루 섭취 허용량은 60㎏ 성인 기준 1일 최대 2.4g이다. 이는 막걸리 33병, 제로콜라 55캔을 한꺼번에 먹는 수치와 비슷하다.
장재호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꺼려한다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소비재 기업의 숙명"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아스파탐을 대체할만한 다른 감미료가 무척 많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