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계 큰 손 메가스터디(072870)가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호텔롯데가 비핵심자산으로 분류해 매각을 추진했던 롯데스카이힐김해CC(인수 후 ‘포웰CC’)가 지난 3월 메가스터디 품에 안겼는데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연 수입 수백억원을 버는 스타 강사와 사교육 시장을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사교육 이권 카르텔’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메가스터디의 골프장 인수가 더욱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메가스터디의 자회사 메가비엠씨는 경남 김해의 18홀 회원제 골프장 포웰CC를 134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메가비엠씨는 서울시 서초구 메가스터디교육 본사 덕원빌딩을 포함해 서초빌딩(서초메가스터디학원빌딩), 노원구 강북베가빌딩, 동작구 노량진 메가스터디타워, 경남 진주시 아이비타워 등을 관리하는 업체입니다.
메가비엠씨가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실투자금액은 회원권과 같은 부채 인수를 제외한 600억원 수준. 메가비엠씨의 자금 조달을 위해 메가스터디는 메가비엠씨에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유상증자 전 메가스터디의 메가비엠씨 소유 지분은 57.5%였는데 95.6%로 훌쩍 높아졌습니다.
메가스터디는 골프장 인수 배경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내놓은 상황입니다. 인수 직후 메가스터디는 공시에서 “사업 영역 확대와 신규 사업 진출”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교육업계 대부가 왜 골프장을 인수했는지에 업계는 의아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호텔롯데가 이 골프장을 매매시장에 내놨을 땐 찬바람이 가득할 때였기 때문입니다. 매도자인 호텔롯데에서도 좋은 값에 잘 팔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게다가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일명 손사탐)이 최근 메가비엠씨 대표이사에 신규 선임되면서 경영을 직접 챙길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심이 더 증폭됐습니다.
교육업계에서는 메가스터디가 자회사를 통해 골프장을 인수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꼽습니다.
먼저 손 회장이 평소 교육 사업의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점을 듭니다. 인구구조가 변하고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교육업에서 부동산업으로 그 비중을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손 회장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의 시초라고 불립니다. 서울 대치동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가르치는 일타강사 ‘손사탐’으로 이름을 날리고 동영상 강의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최근 손 회장이 바라보는 사교육 시장의 전망은 어둡기만 합니다.
손주은 회장은 지난 6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 대학 정원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2036년쯤 되면 수도권 대학이 미달 나고, 7~8등급을 받아도 인서울 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며 “전체적인 사교육 시장은 초저출산 때문에 지는 시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업 확장을 통해 입시 사교육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최근 메가스터디가 이민사업 등 사업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아직까진 전체 사업 비중에서 현저히 낮은 편에 속하지만 결국 사교육도 입시가 아닌 이민이나 유학 등과 결부한 쪽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메가스터디는 EB-5의 이민 프로그램을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EB-5는 미국에 직접 취업을 하는 대신 미국 내 다양한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1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면 해당 투자자 및 가족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입니다.
합법적인 자금 증명만으로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며, 학력이나 경력사항, 영어, 보유기술 등의 자격조건이 요구되지 않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민·유학업계 관계자는 “EB-5 같은 경우에는 설명회 몇 번, 미팅 몇 번으로 성사되지 않고 지속적인 신뢰감과 유대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사업적으로 활용할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손 회장의 개인적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번에 인수한 포웰CC는 경남 김해시 진례면 소재에 있습니다. 손 의장의 고향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과 직선거리로 불과 10㎞ 정도 떨어진 지역입니다.
평소 손 회장은 연고지인 부산·경남 지역에 대한 애착과 투자 의욕이 강한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연고지에 대한 투자 차원의 행보라는 해석입니다.
사실 포웰CC는 호텔롯데 품에 있을 때 못난이 자산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호텔롯데 입장에선 리조트나 호텔이 없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곳으로 분류됐기 때문입니다. 메가스터디가 이 골프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지 기대가 됩니다.
킬러문항(공교육에서 나오지 않는 출제 문항) 논란으로 사교육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메가스터디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도 잘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