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267980)이 최근 영입한 사외이사에 업계의 관심이 쏠립니다. 그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소재식품과장을 지냈기 때문인데요.

매일유업이 대체유 아이스크림에 활용할 계획인 식품 원료가 수년째 식약처의 인정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이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됩니다.

퍼펙트데이 아이스크림 제품./SK㈜ 제공

매일유업은 지난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박선희 전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인증사업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박 전 이사는 1997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처의 전신)에서 근무하면서 미생물과 보건연구관을 지냈고, 2006년에는 식약처 식품기준과로 옮겨 2007년 신소재식품팀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식약처 식품기준기획관을 맡아 2018년까지 일했습니다.

이러한 박 이사의 이력은 매일유업이 추진하는 신사업에 꼭 들어맞습니다. 매일유업은 미국 퍼펙트데이와 함께 미생물로 만드는 유단백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퍼펙트데이는 젖소에서 찾은 우유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트리코더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라는 곰팡이에 주입해 발효탱크에서 이를 배양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유단백을 만들어 이것으로 초콜릿바, 아이스크림 등을 만듭니다.

매일유업은 2021년부터 퍼펙트데이와 제품 개발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에는 퍼펙트데이가 매일유업을 방문하기도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퍼펙트데이에 투자해 이사회 의석을 갖고 있는 SK(034730)와 매일유업, 퍼펙트데이가 유단백질 사업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대체유단백 아이스크림 사업은 합작사 설립 추진 발표 이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아이스크림 신사업은 아직 식약처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식약처의 규제혁신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가 “식약처가 목표로 삼은 5년 뒤인 2027년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식약처가 여러 방면으로 투자해 속도를 높여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식품 기업이 새로운 원료를 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려면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에 따라 서류를 준비해 식약처로부터 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원료라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식용 근거가 없기 때문에 원료의 제조 공정은 물론 기본적인 성분이나 인체 영향, 적정 섭취량 등을 평가해 원료의 사용용도와 사용량이 인체에 위해가 없다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식품 원료의 한시적 기준 규격 인정과 신소재식품의 안전성 평가는 식약처 신소재식품과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 이사가 과장을 지냈던 부서로, 매일유업이 신사업을 위한 대체유단백을 식품 원료로 인정받는 데에 박 이사의 이력과 전문성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셈입니다.

매일유업측은 “박 이사의 선임이 신사업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제공하고 대내외적 소통을 담당하는 사외이사의 통상적 역할에 따라 식품 사업 부문에 자문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매일유업이 신사업에 사용될 대체유단백에 대한 안전성 자료를 마련해 식품원료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이르면 180일 안에 해당 원료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자 변형 미생물 유래 식품원료는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180일 이내에 신청을 처리하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매일유업은 올해 초부터 식약처가 진행한 맞춤형 기술상담에 참여하는 등 신사업에 쓰일 새로운 식품원료를 인정받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전자 변형 미생물 유래 식품 원료에 대해서는 원래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이는 미생물의 안전성을 별도로 평가한 뒤 해당 원료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뤄졌는데, 지난 6월 이를 개정해 한 번에 평가를 시행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했다”면서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을 받게 되면 해당 원료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