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은 잔을 들고 조지 워싱턴을 인용해 건배를 제의했다.‘모든 민족에 대해 선의와 공의를 지켜라’반세기가 지난 후에도 이 캘리포니아산 스파클링 와인 한 잔에는 세계 평화를 향한 희미한 빛이 담겨 있다.”프레드 라이언 전 워싱턴포스트(WP) 발행인, <와인과 백악관 Wine and the White House: A History>
1972년 2월 2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중국 총리였던 저우언라이(周恩来)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연회장으로 불렀다. 연회장에서는 4일 내내 이어진 협상을 마무리하는 성대한 만찬이 열리고 있었다.
당시 세계는 베트남전(戰)과 동서 냉전이 한창이었다. 닉슨은 이 와중에 직접 중국 본토를 찾았다. 그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다.
닉슨은 2월 21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같은 중국 주요 도시를 속속 방문했다. 그 덕분에 미국 대중은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인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중(美·中) 관계 정상화는 1970년대를 넘어 20세기 미국이 내디딘 가장 성공적인 외교적 진보로 꼽힌다. 닉슨 스스로도 이 방문을 ‘세상을 바꾼 한 주’라고 표현했다.
중대한 과제를 해결한 닉슨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총리는 이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함께 술잔을 들었다. 이 장면은 ‘평화를 위한 축배(Toast to Peace)’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당시 축배 속에 담긴 술이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이다.
이후 슈램스버그에는 ‘평화의 술’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1972년 만찬을 기점으로 지난 51년 동안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만찬을 포함한 각국 정상을 만난 자리에 이 와인을 빠짐없이 내놨다. 술을 마시지 않기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 와인으로 건배를 나눴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국빈 만찬 자리에도 등장했다. 만찬을 마무리하는 디저트 바나나 아이스크림과 함께였다.
슈램스버그가 단순히 운이 좋아 백악관 눈에 든 것은 아니다. 우연히 세계사 한 장면에 등장해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하기에는 슈램스버그 와이너리가 걸어온 족적이 뚜렷하다.
슈램스버그는 1962년 잭 데이비스가 문을 열었다. 그는 1862년 독일 이민자 부부가 만들었다 버려둔 와이너리를 100년 만에 부활시켜 미국 최초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 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지역에는 와이너리가 고작 20개 남짓에 불과했다. 그나마 금주령과 대공황, 세계대전을 줄줄이 거치면서 세계 시장에서 통할 만한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슈램스버그는 다른 와이너리는 시도하지 않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 전통 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 만들기에 나섰다.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여러 방식 가운데 ‘메쏘드 트라디시오넬(Méthode Traditionelle)’이라고도 부르는 샹파뉴 방식은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방식은 인위적으로 탄산을 간단하게 주입하지 않는다. 효모 찌꺼기가 병목에 모이도록 사람이 수시로 병을 돌려줘야 하고, 병 속에서 자연적으로 기포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 어려움을 이겨내면 다른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고운 거품, 시간이 쌓은 복합적인 맛과 향기를 얻을 수 있다.
슈램스버그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 ‘블랑 드 블랑’은 화이트 와인 품종 샤르도네만을 사용해 경쾌하고 깔끔한 느낌을 강조한 와인이다.
이 와인은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스파클링 와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나라셀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