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면세점에 제 발로 찾아가야만 살 수 있던 고가 위스키들이 인터넷면세점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전에는 주류 관련 규제 탓에 시내 면세점이나 항공·선박회사를 통한 주류 구매 예약만 가능했다. 규정상 판매장과 인도장을 분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고가 주류는 역시 실물을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탓에 주류 구매 예약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 1일부터 개정 주류의 통신판매에 대한 명령 위임고시를 시행하면서 인터넷면세점에서 주류를 다른 면세품과 함께 주문·결제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오더를 이용해 선(先)주문한 후 출국장에서 물건을 받는 식이다.

면세점 업계는 이미 주류 스마트오더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인터넷면세점에서 주류를 대거 주문하길 기대하고 있다. 롯데인터넷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공식사이트는 주류 큰손을 선점하기 위해 이전보다 큰폭으로 할인행사를 선보였다.

일부 제품은 인터넷면세점 적립금과 결제 수단별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위스키 생산국 현지 실제 판매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격까지 떨어졌다. 해외 체류 일정 가운데 어렵게 발품을 팔 필요없이 우리나라에서 편하게 위스키 쇼핑을 할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그래픽=손민균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 3일 오전 시작한 신세계면세점 테마관 주류 부문 할인행사에서 일본 산토리 위스키 ‘히비키(響) 마스터스 셀렉션’은 행사 시작이 무섭게 매진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에서도 ‘라프로익 25년 배시 윌리엄스’ 제품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 이 위스키는 정상가가 78만원에 달한다.

히비키 마스터스 셀렉션이나 라프로익 25년 배시 윌리엄스는 해외 주요 도시 면세점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 위스키에 속한다.

이들 제품이 우리나라 인터넷 면세점에서 모두 팔렸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위스키 취향 역시 세분화됐다는 반증이다.

신라인터넷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다른 경쟁 면세점에 비해 주류 부문이 약한 편이다.

그러나 업계 1위 롯데인터넷면세점이 주류 부문을 강화할수록 이들 면세점들 역시 이번 휴가철 ‘면세 주류 대전’에 자연스럽게 참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한국위스키협회 관계자는 “인터넷면세점들이 일제히 주류 부문을 강화하면 위스키 가격이 저렴해질 뿐 아니라, 상품 구성도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며 “매번 오프라인 면세점에서 어떤 위스키를 사야 하는지 고민하다 결국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같은 ‘아는 위스키’만 고를 수 밖에 없던 소비자들도 집에서 관련 정보를 꼼꼼히 찾아보고 본인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면세점에서 위스키를 알뜰하게 사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무작정 출국 면세점으로 향하지 말고 ‘이달부터 시작한 인터넷면세점 주류 스마트 오더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1리터 대용량 제품이나, 면세점 전용 한정판 제품이 있다면 해당 제품부터 구매를 고려하라’고 덧붙였다.

할인 혜택이 거의 없는 오프라인 면세점과 달리, 인터넷면세점에서는 적립금과 카드 제휴사, 혹은 결제 포인트 적립 방식으로 상당한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롯데인터넷면세점은 이달 온라인 주류관 개관을 기념해 200달러 당 20달러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카카오머니로 결제하면 3만원을 더 깎아준다.

면세 금액으로 책정한 주류 가격에 추가 할인을 하면 일부 제품은 정상가 대비 반값 수준으로 살 수 있다. 대용량 제품일 경우 가격 인하 효과가 더 커진다.

12년 혹은 15, 17년처럼 익숙한 숫자가 쓰여지지 않은 위스키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면세점은 시중 주류 전문점과 다른 경로로 제품을 들여 온다.

가령 유명 블렌디드 위스키 로얄살루트는 국내에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유통하지만, 면세점에는 정우인터내셔날임포트가 제품을 공급한다. 이 때문에 면세점에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 제품, 19년 혹은 25년 같은 면세점 전용 한정판이 종종 풀리곤 한다.

김주한 미국 미네소타 블루브릭바 바텐더는 “평소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위스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눈여겨 보다가 낯선 제품이 나타나면 면세점 전용 상품일 가능성이 크니 바로 사는 편이 좋다”며 “GTR(Global Travel Retail) 전용 상품은 보통 해당 브랜드에서 새로운 콘셉트를 시험하기 위해 일반 제품보다 좋은 원액을 섞어 만든 도전적인 제품인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