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주(西鳳酒)는 3000년 간 대가 끊기지 않고 현대까지 양조법이 전수된 술이다. 14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과 똑같은 제조법을 적용해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다. 70년 전 서봉주가 대중화되기 전, 중국에서는 서봉주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권력과 힘의 상징이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국가 4대 명주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서봉주. 주·진·한·당나라까지, 중국 4대조에서 서봉주는 나라를 대표하는 '국주(國酒)'였다. 3000년간 이어진 생명력 속, 서봉주는 중국 역사 속에서 '최초'라는 기록을 수없이 써왔다.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황제 진시황이 즉위한 순간, 서봉주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내린 술로 사용된 첫번째 술'로 자리했다. 이 술은 이후 진나라에서 황제에게 진상하는 어주(御酒)로 자리매김했다.
전한시대 장건(張騫)이 실크로드를 개척하러 서역으로 떠날 때, 타국 왕에게 선물할 가장 귀한 술로 가지고 간 것도 서봉주였다. 동서 간의 문물이 왕래하면서 서역에 전해진 중국 최초의 수출주였던 셈이다.
현재 서봉주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고급 주류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 21일 서봉주를 생산하는 중국 산시서봉주그룹의 주연화 사장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주 사장은 서봉주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이자, 최고위직에 자리한 인물이다. 그는 이 회사에서만 35년을 근무했다. 그는 "내 몸 속에 서봉주가 흐르고 있다"며 농담을 했다.
그는 올해 중국주류산업협회가 명주 품평회 70주년을 맞이해 공훈인 70명을 선정해 부여한 '공훈 영예' 칭호를 받기도 했다. 1만여개가 넘는 중국의 양조 기업인 중 공훈 영예를 받은 여성은 주 사장이 유일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서봉주는 얼마나 유서 깊은 술인가.
"6000년 전 염황(炎黃·중국인의 시조이자 중화문명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존재) 문화 시기에 잉태됐다고 전해진다. 3000년 전 유적과 진시황의 무덤에서도 서봉주가 발견됐다. 공식적으로는 상나라 말기에 만들어져 주나라, 진나라 시대로 이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모든 중국 술의 '모태'라고 할 수 있겠다.
서봉주를 담그는 옹기 '주해(酒海)'는 1400년 전 유적에서 발굴됐다. 현재도 1400년 전과 같은 방법으로 주해를 만들고 있다. 서봉주의 제조 비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주해다."
-주해는 왜 중요한가.
"서봉주가 장기간 숙성되는 주해는 일종의 술을 담는 큰 통이다. 잘 자란 싸리나무를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엮어 찹쌀풀과 계란 흰자, 동물의 피를 접착제로 써서 면포를 발라 벽면을 채운다. 이걸 20번 이상 발라서 옹기를 만든다. 최종 마감은 유채 기름을 써서 옹기에서 윤기나게 두른다.
제일 신비한 부분은, 주해에 물을 담으면 다 새는데 술을 담으면 한 방울도 새지 않는다. 우리는 이걸 술이 '숨을 쉬는 것'이라고 말한다. 술이 발효 과정 내내 바깥 공기와 접촉하면서 특별한 향을 뿜어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0년도 술을 보관한다."
-주해를 하나 만드는 데에 얼마나 걸리나.
"숙련된 장인일 경우 이 주해 용기를 하나를 짜는데 1년이 걸린다. 대형 주해는 한 바구니에 최대 8톤에 달하는 술을 보관할 수 있다. 싸리나무 엮기 부터 병입까지 전 과정을 배우려면 2~3년동안 장인으로부터 도제식 훈련을 통해 비법을 전수받아야 한다.
중국 내 어디에서도 온전히 1400년간 이어진 전통 방식을 유지하는 술 제조 기업은 없다. 2017년 9월, 12개의 서봉주 주해는 국가급 문화재로 인정받았다. 2021년 6월, 서봉주 양조 기술은 다섯번째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서봉주를 설명하는 '봉향(鳳香)형 백주'는 어떤 의미인지.
"추상적인 개념이라 이해가 어려울 수 있겠다. 봉향은 쉽게 말해, 황제의 향, 귀족의 향을 표현하는 말이다. 봉향을 두고 중국에서는 '중국 양조업계의 국맥'이라고 부른다. 가장 고급스러운 향으로 보면 되겠다. 한국에 없는 말이어서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직접 마셔보면 '이것이 봉향이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백주의 4대 향 중 하나로 봉향을 언급할 때마다 모두가 서봉주를 떠올리고, 또 서봉주를 떠올리면 누구나 봉향형 백주라는 말을 연상한다."
-서봉주가 와인, 위스키 등과 차별화되는 매력은.
"맥주나 양주는 양조 기간이 길어봐야 3개월이다. 만들어놓고 숙성하는 시간은 길지 몰라도 양조 기간 자체는 짧다. 서봉주는 9월에 양조를 시작해 다음해 7월까지 10개월간의 양조를 한다. 보리, 밀, 완두콩, 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누룩을 중고온에서 발효시켜서 수증기를 추출해낸다.
거기에서는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향기로운 맛' 등 다섯가지 맛이 만들어진다. 향기로운 맛은 '원료에 들어가지 않은 향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복숭아꽃, 살구꽃 등 과일 꽃을 머금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럼 현재 서봉주를 만들고 있는 서봉주그룹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서봉주그룹은 1956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화인민공화국 초대총리의 각별한 관심 속에서 국영 서봉주 양조공장으로 첫 발을 떼면서 대중화됐다. 당시 홍콩에서 전세계 화교들이 모이는 화교대회가 있었는데, 당시 서봉주에 화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한다.
화교들이 당시 '서봉주를 구하기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서봉주 생산량이 많지 않아 서봉주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으로 여겨졌다.
총리는 화교대회가 끝나고 바로 비행기를 서봉주 생산지인 중국 시안으로 돌려 서봉주 공장으로 향했다. 당시 공장 확장을 명하고, 옥으로 된 병에만 담던 술을 유리병에도 담도록 하는 등 대량 생산, 대중화를 이끌었다. 지금 팔리는 초록병 서봉주는 그때 만들어진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또한 전통이 되지 않겠나."
-많이 비쌌던 것인가.
"당시 옥병에 담긴 술은 서민들의 한 끼 식사 가격의 20배는 됐다. 중국에서 가장 방자하고 부패했던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 서태후다. 서태후가 죽을 때까지 끊지 못하고 껴안고 살았던 술이 서봉주였다고 한다."
-현재 서봉주그룹의 중국 내 위치는.
"현재 서봉주그룹은 중국 대형1급 국가기업에 속하며, 중국 서북지역에서 가장 큰 국가 명주 제조업체다. 2023년 현재 서봉주그룹의 총 자산은 80억위안(약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공장 총면적은 6만평 이상이다."
-국영기업이면 생산 규모가 크겠다.
"서봉주 규모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은 '서봉주 333′이다. 3만㎡의 술 저장 탱크, 3만 톤의 누룩 제조, 3만 톤의 술 제조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생산한 서봉주는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20개국에 수출된다."
-서봉주그룹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한국은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부터 화강주류를 통해 한국에 공식 수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