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003920)에 예상에 없던 70억원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우선주 상장폐지를 피하고자 유상증자로 들어온 자금이다. 남양유업은 이 자금 전부를 유제품 구매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신사업 키우기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남양유업을 비롯한 유제품 회사들은 저출산 등의 여파로 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신사업에 골몰하고 있는데 운좋게 조달한 자금을 신성장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003920)으로 지난 13일 71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우선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계획에 없던 자금을 회사에 수혈하게 된 것이다.
남양유업이 유상증자에 나서게 된 것은 2020년 금융위원회가 우선주 관련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강화된 규정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의 상장 주식 수가 20만주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남양유업의 우선주 상장 주식 수는 16만6662주뿐이라 3만3339주를 새로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상증자는 우여곡절 끝에 흥행했다. 처음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에 나섰지만 경쟁률이 0.3대 1을 기록했다. 유상증자 물량 인수합병(M&A)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남양주주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가 외면한 청약에 참여한 것은 일반 주주들이었다. 우선주 주주배정 청약후 실권주 일반청약 경쟁률은 133.37대 1을 기록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PB는 "상대적으로 젊은 PB들이 관리하는 투자자들에게 투자권유가 많이 이뤄졌다"면서 "인수합병(M&A) 갈등이 길어지면 우선주가 오를 테니 차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인수합병 갈등이 사라지면 그것대로 실적이 좋아지면서 배당이 늘 것이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번 청약에 참여한 주주들은 우선주 한 주를 21만5500원에 받았다. 기존 평균 주가보다 30% 낮은 가격이다. 남양유업의 경영권 분쟁이 한참이던 때 우선주 가격은 36만원대. 남양유업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나올 경우 비슷한 주가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에 내부 유보자금을 더해 낙농가 원유대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존 유제품 사업의 지속성을 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신 신사업에 대한 자금 투자 발표가 없었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했다.
한 상장사 IR(투자유치) 관계자는 "기존 사업이 정체했을때는 신규 유입 자금으로 신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주가 관리의 기본"이라면서 "특히나 예상에 없던 자금을 나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면 더 눈길을 받고 기대감을 높이고 싶었을 때 기존 사업의 대금으로 쓰겠다고 조용히 넘어갔다는 점에서 화두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해보인다"고 했다.
남양유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제품 시장은 포화상태이며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미래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등 투자재원 확보와 위기대응능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쓰여있다.
이에 따라 최근 남양유업은 단백질 음료와 식물성 음료, 건강기능식 제품을 신성장 사업으로 꼽고 있다. 2015년에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던 탄산수 시장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남양유업은 신성장 동력 사업에 대한 자금 투입이 없는 점에 대해 "유상증자로 들어온 자금을 명확하게 산출 가능한 부분에 쓰기로 했기 떄문"이라면서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는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