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승계를 위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하이트진로(000080)가 최근 이를 깎아달라고 했지만 기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공정위가 지적한 5개 혐의 중 '주식매각 우회지원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데 힘입은 하이트진로의 이의제기였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의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된 자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내용을 '중대성이 약한 행위' 또는 '중대한 위반 행위'로 낮춰서 평가해달라는 골자로 이의 제기를 했지만 기각당했다.
하이트진로는 법원에서 한 가지 혐의가 무죄 판결이 난 만큼 법 위반 정도의 심각성을 낮춰서 부과기준율을 80%보다 낮춰달라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법원 판결에 따라 재산정할 때도 지난 번과 같이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보고 위반액의 80%를 부과기준율로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재산정 요구 기각 판결에 대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부 무죄 판결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기준율이 최고 기준으로 유지됐다"며 "재판부에서 선처 여지가 있는지 판단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공정위는 서영이앤티가 기업집단 하이트진로에 계열편입된 직후인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년 간 지속적으로 다양한 거래를 통해 이익을 제공한 사실을 발견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하고, 하이트진로, 삼광글라스 등을 통해 부당지원한 혐의였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동일인(총수) 2세 박 사장이 지난 2007년 12월 주식을 매입하면서 2008년 계열사로 편입됐다. 최대 주주인 박 회장과 친족들을 포함하면 총수 일가의 지분이 99.91%에 달하는 회사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에 79억4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가, 최근 이를 최종적으로 70억6500만원으로 재산정했다. 과징금 재산정은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하이트진로는 나아가 과징금을 깎아달라고 이의 신청을 한 것이다.
공정위는 크게 하이트진로의 서영이앤티에 대한 부당 지원,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혐의를 다섯가지로 봤다. ▲인력 지원 ▲맥주용 공캔 거래 ▲알루미늄 코일 거래 ▲글라스락 캡 거래 ▲주식 고가 매각 등이었다. 이 중 서울고등법원은 '주식 고가 매각' 행위를 부당 지원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 대법원은 지난해 이를 확정했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낮춰주지 않으면서 "지원 의도, 효과, 지원성 거래 규모 등 원심결에서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한 이유들이 모두 인정된다"며 하이트진로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하이트진로가 받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들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강화, 경영권 승계라는 동일한 의도와 목적 하에 약 10년 간 연속적으로 이뤄진 행위들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지원 덕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영이앤티는 ▲인력 지원 행위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당기순이익 합계액의 약 3.6% ▲맥주용 공캔 거래의 경우 2008~2012년까지 영업이익 합계액의 약 20.8%, 당기순이익 합계액의 약 49.8% ▲글라스락 캡 거래의 경우 2014~2016년까지 영업이익 합계액의 약 15.1%, 당기순이익 합계액의 약 1533.8%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덕에 서영이앤티가 유력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형성·유지·강화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서영이앤티는 맥주용 공캔, 알루미늄 코일, 글라스락 캡 등 각 거래에서 사업경험이 전무했는데도 해당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각각 47%, 14.47%, 58.9% 등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