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업계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에 고심하고 있다. 라면 업계는 지난해 라면값 인상 당시와 비교해 밀값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원가 부담이 여전해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작년 가을에 라면 가격을 일제히 올린 농심(004370)오뚜기(007310)는 작년 4분기 및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추 부총리는 18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지난해 업체들이 라면값을 올린 것과 관련해 "국제 밀 가격과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지난해 9~10월에 라면값을 크게 올렸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서 밀 가격이 50% 정도 내렸다"면서 "제조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으로 올렸던 부분에 대해서는 적정하게 가격을 내리든지 대응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라면 업계는 지난해 제품 가격을 10% 안팎 올렸다. 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9월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지난해 2분기에 2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한 뒤 단행한 인상으로, 2021년 8월 인상 이후 1년여 만이었다.

팔도도 지난해 10월 1일부터 '팔도비빔면' 등 12개 브랜드 제품의 판매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제품의 판매 가격을 평균 11% 올렸다. 삼양식품(003230)도 지난해 11월 7일부터 '불닭볶음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라면 업계는 당시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뿐 아니라 물류비 등 각종 생산 비용이 크게 늘면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여러 번 식품업체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지만 가격 인상을 막지는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 가격은 1톤(t)당 419달러까지 올랐다. 밀의 선물 가격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된다. 밀 수입 가격은 지난해 9월 1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 선물 가격은 지난 2월 1t당 276달러까지 낮아졌다. 지난 2월 밀 수입 가격은 1t당 449달러였는데, 최근에는 많이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면 업계는 밀 가격이 떨어지긴 했으나 다른 원료와 물류비 부담은 여전하다며 추 부총리의 가격 인하 언급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라면 업계 관계자는 "밀값이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밀값 외에 원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전히 많다"면서 "하지만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만큼 가격 인하를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라면값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면서 "소비자 부담 완화 등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농심과 오뚜기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이 급증했다. 농심의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6.4%, 47.3%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6.9%, 85.8% 늘었다.

오뚜기의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9%, 27.6% 증가했고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4%, 10.74% 늘었다. 삼양식품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