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필방에서만 판매하는 맥주로 마리네이드한 치킨 메뉴./이민아 기자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와 보광동 방향으로 30초 정도 걸으니, 진회색으로 칠해진 건물에 달린 큰 붓이 눈에 띄었다. 붓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영어로 ‘KCPB’이라 적힌 작은 구릿빛 간판이 보였다.

이곳은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339770)가 8일부터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인 ‘교촌필방’이다. 교촌필방은 교촌에프앤비가 120평 규모 공간에 마련한 고급 주력 매장이다.

건물 벽에 달린 성인 여성 키(160cm)만 한 붓을 잡아당기자, 스피크이지 바(출입구를 찾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가게)처럼 꾸며진 입구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 붓은 무형문화재 박경수 명장의 작품이다.

7일 오후 1시 교촌필방 입구. 붓을 당기자 문이 열린다./이민아 기자

크기가 각기 다른 붓으로 꾸며진 왼쪽 선반을 밀면 치킨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붓을 전면에 배치해 둔 이유는 붓으로 닭에 양념을 칠해서 만드는 교촌치킨의 조리법을 고객들에게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게 교촌에프앤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상범 교촌에프앤비 특수사업본부장은 “붓으로 발라서 조리하기 때문에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10여 년간 말씀드렸지만, 아직 고객들께 잘 알리지 못한 것 같다”며 “교촌의 진정성과 제품 가치를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은 한국적인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폐지를 활용해 만든 갓등을 달았고, 벽은 옻칠로 마감했다. 페인트 칠을 하지 않고 한지에 일일이 색을 입혀 한 장씩 붙여 완성했다. 중앙에도 입구에 달려있던 것과 비슷한 160㎝짜리 대형 붓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교촌필방 내부에 있는 대형 붓 조형물. 무형문화재 박경수 명장이 만든 자개 붓. /이민아 기자

교촌의 수제 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의 맥주병을 재활용한 DJ 공간, 교촌의 주요 소스 원재료인 꿀, 간장, 마늘, 오향 등의 재료를 유리병에 담은 선반도 눈에 띄었다.

선반 중 한곳을 슥 밀자, 예상치 못하게 비밀스러운 공간 하나가 더 나타났다. 작은 방 한칸 크기로, 7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이곳은 ‘치마카세(치킨+오마카세)’ 공간이다. 12종의 메뉴로 구성됐으며, 닭 특수 부위 등의 메뉴가 나온다. 가격은 한 사람당 5만9000원.

스피크이지바처럼 꾸며진 교촌필방 입구./이민아 기자

교촌필방에서는 다른 교촌치킨 매장에서 팔지 않는 메뉴를 판다. 교촌에서 인기가 많은 간장·허니·레드·블랙시크릿 등 4종이 나오는 ‘팔방 시그니처 플래터’와 수제맥주로 재운 ‘필방 스페셜 치킨’ 등이 치킨 메뉴로 나온다. 각각 가격은 3만9000원, 2만6000원이다.

소비뇽 블랑 와인을 활용한 닭고기 요리 ‘꼬꼬뱅’도 이곳에서만 판매한다. 진 본부장은 “다른 가맹점과 똑같이 판매되는 메뉴는 없다. 일종의 신메뉴 테스트 베드(시험대)”라며 “고객 반응 등의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다른 매장에서도 선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이 곳에서 문베어브루잉의 수제맥주, 영양군의 100년 양조장에서 생산한 ‘은하수’ 막걸리도 판매할 예정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이태원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한 이 매장을 통해 20대와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교촌치킨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 본부장은 “30·40 고객층에 더해 20대 고객들과 소통할 필요를 느꼈다”며 “그런 상권을 위해 이태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교촌필방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이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