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프랑스 3대 미술관 퐁피두 센터 분원을 유치한 것을 필두로 한화문화재단이 미술 사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소장 미술품을 전시하는 정도의 소극적 행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미술시장 발전에 보탬이 되겠다는 취지인데요. 이는 고(故) 서영민 여사의 생전 바람인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한화문화재단이 사업확대를 위해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자금이죠. 이를 위해 한화그룹 계열사는 한화문화재단에 자금을 분할 출연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오는 2025년 12월까지 한화문화재단에 60억원을 분할 출연하기로 공시했습니다. 지난 3월에도 한화생명(088350)과 한화토텔에너지스, 한화솔루션(009830), (주)한화가 연달아 자금출연을 밝혔습니다. 각 회사가 분할 출연하기로 한 자금은 각 90억원. 다하면 360억원을 한화문화재단이 받게 되는 셈입니다.

특이한 것은 한화그룹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452260) 전략본부장(전무)이 맡은 유통 부문인 한화갤러리아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선 자금 분할 출연이 없다는 점입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당분간은 재단사업에 자금을 넣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한화그룹의 경영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을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첫째 아들은 태양광과 석유화학 사업을, 둘째 아들은 금융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한화솔루션이나 한화생명에서 자금을 출연한 만큼 재단 사업에 기꺼이 참여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경영에 뛰어든 셋째 아들에 대한 그룹 차원의 배려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초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하며 독립경영을 시작했습니다. 김동선 전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뜻입니다. 김 전무는 앞으로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김 전무는 여러가지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권을 취득하고 이달 1일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을 개점하기 위해 지난달 갤러리아의 100%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최근엔 와인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갤러리아는 이달 중 와인 자회사 '비노 갤러리아'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와인 산지에서 고급 와인을 직수입하고 VIP 와인 구독 서비스 등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와인과 주로 어울리는 이베리코(스페인 돼지 품종) 사업이나 오이스터 레스토랑 개점 등의 소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는 지난달 30일부터 국내 특급호텔 최초로 오이스터 바 'Oyster 배 by 배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이스터 바에서는 전국 산지에서 삼배체굴을 당일 수급해오는데 그 식감이 부드러워 와인과 잘 어울리는 안주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 갤러리아는 프리미엄 이베리코를 활용한 상품도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올 초 김동선 전무는 스페인 현지의 이베리코 농장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 곳은 한화가 직접 운영하는 농장으로 최상위 베요타(Bellota) 등급을 받은 100%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가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이베리코 중 베요타 등급은 전체의 7% 가량에 불과합니다.

최근 895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 건물을 매입한 것도 자금 출연을 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난 4월 한화갤러리아가 초록뱀컴퍼니가 보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토지 및 건물을 매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5월 15일 잔금까지 모두 마치면서 거래를 종료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막 경영 시험대에 선 셋째 아들에게 성과내는 데 집중하라는 그룹 차원의 배려일 것"이라면서 "김승연 회장과 세 아들이 재단에 자금을 출연했으니 셋째 아들도 함께 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동선 전무의 경영성과는 올 하반기에 대략적으로 나타날 전망입니다. 갤러리아 실적부터 버거 사업까지 상대적으로 늦게 경영 일선에 뛰어든 김 전무의 경영 성적은 어떨까요. 그룹에 대대적으로 밀어주는 이 때, 신세계와 롯데에 버금가는 유통 계열사로서 한화가 자리매김을 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