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이 14년만에 대규모 기업 집단에 포함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총수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가진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그룹은 라면 등을 만드는 핵심 계열사 농심으로 다른 계열사들이 스프를 만들어 넘기고, 포장재를 공급하는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농심이 정부에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심과 율촌화학(008730), 농심태경(옛 태경농산), 엔디에스, 농심미분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27~63%에 이른다.
해당 계열사들은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장남 신동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 농심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신규 지정한 바 있다.
정부가 2008년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을 자산총액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며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 지 14년 만이다.
농심에 신라면 포장재 등을 공급하는 율촌화학은 지난해 4815억원의 총 매출 가운데 46%가량인 2225억원을 계열회사간 상품·용역 거래를 통해 올렸다.
2021년 총매출액 5126억원 중 39% 가량인 2014억원이 계열회사를 통해 올린 매출인 점과 비교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약 7%포인트 증가했다.
율촌화학은 농심 그룹의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지분 31.94%를 갖고 있다. 신춘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19.36%로 2대 주주이며,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더하면 26.53%에 이른다.
농축수산물 가공 및 스프 등을 제조하는 농심태경의 경우 지난해 총매출액 466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2305억원의 매출을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다.
농심태경은 지난 2021년에는 총매출액 4133억원 중 약 52%인 2169억원을 계열회사 간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와 비교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약 2%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매출의 절반을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농심태경은 농심홀딩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완전자회사다.
농심 그룹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엔디에스도 지난해 총매출액 1402억원 가운데 506억원 가량을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다. 2021년 총매출액 1178억원 중 395억원을 계열사 매출로 올린 것과 비교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약 2%포인트 늘었다.
엔디에스는 신춘호 회장의 삼남 신동익 회장이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메가마트가 최대주주(지분율 53.97%)로, 나머지 지분도 총수 일가가 나눠 갖고 있다.
쌀가루 제조 및 판매를 하는 농심미분도 지난해 145억원의 매출 가운데 27%가량인 39억원을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광고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하는 농심기획의 내부거래 비중은 47%에서 63%로 늘어났다.
농심기획은 농심이 지분 90%를, 신춘호 회장의 장녀 신현주 부회장이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농심 그룹은 농심홀딩스를 지배회사로 율촌화학 등 상장사 3개와 비상장사 19개, 해외법인 19개 등 모두 41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신동원 회장이 42.92%의 지분을 갖고 있고, 신동윤 부회장이 13.18%의 지분으로 2대 주주다. 총수 일가가 가진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63.19%에 이른다.
결국 농심의 주요 계열사간 거래는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와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간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는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내부거래를 줄이는 등 노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농심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된 구조 하에 농심의 국내외 매출이 높은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