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3층 높이 정도로 보이는 회색에 주황색 테를 두른 건물들이 줄줄이 서있었다. 입주 기업의 로고와 음식 사진이 크게 붙어있는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지난 2017년 12월 준공된 70만평(232만㎡) 규모의 식품 특화 산업단지다. '곰표맥주'를 제작했던 세븐브로이, 풀무원 김치공장, HS F&B 등이 입주해 있다. 산업용지 149만㎡ 중 108만㎡(72.7%)가 기업들에 분양됐고, 이 중 74개사가 완공, 15개 회사는 착공 중이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하 진흥원)의 기업 지원 시설은 10개소가 구축돼 있으며, 현재 2개소를 더 짓고 있다. 식품 관련 산업단지로 국내 최대 규모다. 진흥원 관계자는 "세계에서 흔치 않은 대형 식품 산단이기 때문에 공적개발원조(ODA) 대상 국가들이 견학을 위해 종종 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진흥원은 본관에서 '제13회 국가식품클러스터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빅 블러(big blur) 시대, 식품 산업의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미국, 캐나다, 덴마크 등 해외 정부·기업과 국내 배달의민족, CJ제일제당, SK텔레콤, 푼타컴퍼니 등에서 연사로 나섰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영상 축사에서 "모든 산업 분야가 디지털화되고 산업 경계가 무너지는 '빅 블러' 현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식품과 기술이 융합된 푸드테크(foodtech)"라고 말했다 .
강연장 외부 전시 공간에 자리한 푸드테크 기업들 가운데 눈에 띈 것은 '3D 바이오 프린터'로 만든 배양육이었다. 이 3D 바이오 프린터는 서울대 기계공학, 생명공학을 전공한 인재들이 모여 창업한 '팡세'라는 스타트업의 제품이다. 미니 건조기보다도 조금 작은 이 기계는 바늘처럼 뾰족한 촉이 좌우로 열심히 움직이며 소고기 배양육을 제조한다.
이성준 팡세 대표는 "인공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배양육 제조에 적용했다"며 "한우 고기에서 세포를 채취해 배양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양육 섭취 관련 정부 규제 탓에 시식은 불가했지만, 이 대표에 따르면 팡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배양육 상용화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내년쯤 한국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본관에서 차를 타고 1분 정도 지나 기능성식품제형센터에 도착했다. 진흥원 내 기업 지원 시설 10개소 중 한 곳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 기업과 중소 식품기업이 기능성 식품을 액체, 젤리 등 어떤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험 제조해볼 수 있는 시설이다.
이현순 진흥원 생산지원부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 창업 초기 기업들이 제품을 조금씩 시범 생산해볼 수 있다"며 "작업자들이 물건을 들고 나르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펴거나 이동할 필요 없이 상황을 파악하고 패드로 옮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더 안전한 작업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흰 가운과 헤어·신발 캡을 착용하고 센터 내 제조 시설로 들어서자, 새하얀 제조 시설 속 은빛 기계에서 커피스틱처럼 얇은 홍삼 스틱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작업자의 수는 한자리 수에 불과했다. 대신 로봇이 그 자리를 채웠다. 소형 원료 이송 로봇이 작업자 옆에서 제품을 실어 다음 작업자에게 가져다 줬다. 그 옆으로는 로봇 팔이 박스를 적재하고 있었고, 대형 지게차가 박스를 들어 차고로 제품을 옮겼다.
제조 시설 내 로봇들은 SK텔레콤의 5G 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사람이 타거나 직접 그때그때 조종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경로대로 자율주행하며 움직였다. 근처에 사람이 다가가자 로봇은 잠시 길을 멈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배차 시스템을 연동해 작업자가 태블릿으로 지정한 위치로 알아서 로봇이 움직인다"며 "와이파이 기반의 로보틱스보다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식물성 대체육 원료 연구개발에도 나선다. 최근 진흥원이 주목하고 있는 과제는 식물성 대체육의 원재료로 쓰이는 분리대두단백(ISP)의 국산화다.
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ISP는 대부분 해외 수입품"이라며 "관련 시설을 갖추고 국내 대체육 제조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