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베트남 현지 법인의 통합을 단행했다. 당초 호찌민, 하노이 각각에 현지 법인을 뒀지만, 호찌민 법인(파리바게뜨 베트남) 하나로 합쳤다. 동남아 지역 총괄을 통합 법인장으로 선임, 동남아 국가 간 시너지 창출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구축했던 현지 법인 파리바게뜨 하노이(PARIS BAGUETTE HANOI CO. LTD.)를 지사로 전환하고, 파리바게뜨 베트남(PARIS BAGUETTE VIETNAM CO. LTD.)으로 통합했다. 법인은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은 파리바게뜨의 동남아 진출 전초기지로 꼽혔다. 2011년 PB베트남(현 파리바게뜨 베트남) 법인을 설립, 이듬해 호찌민시에 ‘까오탕점’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에 이은 세 번째 진출 지역으로 동남아 지역 1호점이자, 글로벌 100호점이라는 상징성도 갖췄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2012년 재차 파리바게뜨 하노이 법인을 신설하고 같은 해 11월 하노이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프랑스 식민 지배 영향으로 빵 ‘반미’(베트남식 바게트)를 일상식으로 소비하지만, 베이커리 전문점 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희소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업계에선 베이커리 전문점의 베트남 시장 안착 실패가 이번 법인 통합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베이커리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현지에 2개의 법인을 냈지만, 파리바게뜨는 매장 설립·운영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베트남 2개 법인의 2021년 순손실만 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제과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 프랑스 영향으로 반미와 같이 빵에 대한 선호가 높지만, 간식보다는 주식으로 인식돼 대부분 소비가 개인 식료품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근 일부 포장 케이크 등 선호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과거 파리바게뜨의 동남아 진출 1번지로 꼽혔지만, 현재는 진출국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진출 10년이 넘었지만, 현지 매장 수가 9개에 그쳤다. 2012년 베트남보다 늦게 진출한 싱가포르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12개 매장을 갖췄다.
파리바게뜨는 하나로 통합한 베트남 법인을 동남아 지역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이른바 동남아의 물류 관문으로, 인접국으로의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파리바게뜨의 싱가포르 진출도 베트남 현지 법인 및 매장 운영이 근간이 됐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베트남 인접국으로 영토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매장 확장을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월 첫 번째 매장을 냈고, 올해 말 ‘조호르바루 공장’ 준공도 예정했다.
1개로 통합된 파리바게뜨 베트남 법인장에는 2021년 SPC그룹에 합류, 베트남 법인에서 동남아 사업 총괄을 맡아온 하나 리(Hana Lee) 총괄이 맡는다. 리 법인장은 싱가포르 출신의 현지인 법인장으로 싱가포르 식품기업, 맥도날드 등을 거쳐 파리바게뜨 동남아 지역 점포 개발을 맡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베트남이 남북으로 긴 지리적 특성이 있는 데 따라 남쪽에는 호찌민 법인을, 북쪽에는 하노이 법인을 각각 운영하다 이를 통합했다”면서 “베트남 내 두 개 법인을 두고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하에 진행한 경영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