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 입찰했던 동원그룹의 인수 포기로 한국맥도날드의 매각은 2016년에 이어 또다시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강남의 한 맥도날드 매장의 모습. /양범수 기자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최근 한국맥도날드와 관련 협상을 모두 중단했다.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계열사 동원홈푸드를 통해 소스 등을 공급하고 있어 시너지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협상 조건이 맞지 않아 인수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신규 인수자는 맥도날드 독점 사업권을 확보하는 대신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미국 맥도날드 본사에 순 매출액의 5%가량을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또 신규 개점 점포당 4만5000달러(6030만원)를 기술료로 내야 한다.

맥도날드 글로벌 본사의 엄격한 운영 지침에도 맞춰 운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협상 불발에는 이러한 부분들이 큰 걸림돌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는 2021년 86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미국 맥도날드 본사에 낸 로열티 등의 지급수수료만 4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맥도날드의 영업손실은 278억원, 당기순손실은 34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맥도날드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출한 지급수수료는 약 1199억원이다.

맥도날드와 동원그룹은 수차례에 걸쳐 가격, 운영 방식 등 세부 조건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맥도날드의 매각 희망가는 5000억원이며 동원그룹 측이 제시한 인수 희망가는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원그룹 관계자는 “가격도 문제가 됐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운영 자율권이 너무 작았던 점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면서 “인수 후 시너지를 위해서는 운영에 자율권이 필요한데, 글로벌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자율적인 운영을 허용해줄 수 없다고 하니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한국맥도날드가 매각 협상 중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업계에서는 매각이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유상증자에 대해 사업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매각 협상이 체결될 것이라면 증자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매각을 추진했다 불발된 경험이 있다. 당시 CJ그룹, KG그룹, NHN엔터테인먼트,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 등이 인수전을 벌였지만, 결국 인수는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