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과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001800)의 주요 요직을 신세계 출신 임원들이 꿰차면서 오리온그룹에 ‘신세계 DNA’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원들 가운데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 일가와 관(官) 출신을 제외하면 오리온 외부 출신 임원들은 신세계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들이었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뉴스1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등기임원으로 신세계 출신 인사가 올해도 자리를 유지했다. 오리온홀딩스 경영지원팀장(부사장)이자 오리온 지원본부장(부사장)을 맡고 있는 박성규 부사장은 지난 3월 오리온홀딩스의 등기 임원으로 재선임됐다.

지난 2017년 전무로서 처음 등기 임원에 선임된 박 부사장은 허 부회장과 함께 계속해서 오리온의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다.

오리온홀딩스의 등기 임원은 총 5명인데, ‘원조 신세계 출신’ 허인철 부회장과 박 부사장을 제외한 3명은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감독 기관 출신이다. 등기임원은 미등기임원과 달리 기업 경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하는 자리다.

박 부사장은 허 부회장이 2014년 오리온(271560)으로 자리를 옮긴 그 이듬해 오리온으로 이직했다. 그는 신세계(004170)그룹부터 이마트(139480)까지 허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 온 사이다.

박 부사장은 신세계 경영전략실 재무담당 상무, 이마트 경영지원본부 재무담당 상무를 역임한 ‘재무통(通)’이다. 박 부사장과 허 부회장의 인연은 1999년 허 부회장이 신세계 경영지원실(현 경영전략실) 경리팀장을 맡았을 때부터다.

박 부사장은 허 부회장이 2011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사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10년 넘게 손발을 맞췄다. 그는 허 부회장이 사장으로 승진할 당시 후임 상무로 승진하기도 했다.

올해 1월 오리온홀딩스 미등기 임원에 신규 선임된 김영훈 상무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푸드 등 신세계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후 지난 2019년 오리온으로 이직했다. 그는 현재 오리온 재경팀장(상무)이자 경영지원팀 상무를 맡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오리온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임원들은 대부분 신세계·이마트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 오리온의 총 미등기임원 15명 중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을 제외한 13명 중 신세계, 이마트 출신은 5명이다. 7명이 오리온 내부 출신이었고, 1명은 법률 전문가였다.

신세계·이마트 출신들은 오리온에서 살림 살이와 미래 먹거리를 찾는 요직에 진출해 있다. 허 부회장의 ‘오른팔’로 오리온 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 부사장 뿐이 아니다. 신규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김형석 전무는 이마트에서 마케팅담당 상무를 지내다가 오리온으로 입사했다.

오리온의 해외사업은 한용식 전무가 총괄하고 있다. 한 전무 역시 이마트 생활용품담당 상무를 역임하다 지난 2015년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해외사업부문장, 해외사업팀장을 지냈다.

오리온 직원들의 인사권을 쥔 인사팀장도 신세계 출신이다. 현 인사팀장 김석순 상무는 신세계그룹 전략실 인사팀장, 신세계푸드 인사담당 상무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오리온 인사팀장으로 합류했다.

오리온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설계하는 CSR팀장은 신세계센트럴시티 지원 담당 상무로 지난 2021년까지 일한 홍순상 상무가 맡고 있다.

이런 변화 속 ‘오리온 맨’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재무 라인들이 오리온으로 대부분 갔는데, 오리온은 거의 ‘신세계화’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업계에서 나온다”며 “오리온 직원들은 이직을 많이 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근속해 충성심이 높은 편이어서, 이런 변화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오리온 관계자는 “당사는 성과·능력주의 원칙 하에 분야별 핵심 역량과 전문성, 내부 소통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며 “명확한 기준에 의거해 인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친분, 학연, 지연 등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