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주원료 주정(酒精) 값이 또 오른다.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 값을 올린 지 1년 만이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한주정판매는 오는 18일부터 주정 가격을 9.8% 인상했다. 과세 주정은 200리터들이 한 드럼 가격이 종전 39만1527원에서 42만9896원이 된다.
대한주정판매는 진로발효 등 10개 국내 주정 제조회사가 지분을 참여해 만든 주정 판매 전담 회사다. 업체들이 제조한 주정을 일괄적으로 사들인 뒤, 각 소주업체에 판매한다. 소주회사들은 대한주정판매에서 산 순도 95%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추가해 희석식 소주를 만든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주정 가격을 7.8% 올렸다. 대한주정판매가 지난해 주정 가격을 오르자 소주 회사들은 기다렸다는 소주값 인상을 발표했다. 하이트진로(000080)가 열흘 만에, 무학과 보해양조가 보름 만에 출고가를 올렸다. 그 뒤를 한라산소주와 롯데칠성(005300)음료가 뒤따랐다.
이후 지난해 내내 소주 제조사들은 '순한 소주 트렌드'를 강조하면서 주력 제품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주정 사용량을 줄였다. 주정 사용량이 줄면 소주 제조사는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소주업계에 따르면 알코올도수를 0.1도 내리면 병당 주정값 0.6원 정도가 줄어든다. 1도를 내리면 병당 주정값을 6원 정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가 소주 가격 인상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실제 주정 가격 상승이 소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올해 초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이 불거지자 기획재정부는 소주 제조사 수익 규모와 경쟁 상황을 살폈고, 국세청은 소주 제조사에 가격 인상 자제 전화를 돌렸다.
이달 초에는 주류 업체와 소매점 간 할인 거래 관련 지침을 새로 마련해 가격 경쟁 유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