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2021년 허심청브로이와 함께 출시한 '배홍동 맥주'. /농심

호텔농심의 객실사업부를 양수한 농심(004370)이 올 초 수제 맥주를 제조·판매하는 신설법인 허심청브로이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1월 자본금 2억원을 들여 허심청브로이 법인을 설립했다. 사업 목적은 주류제조 및 판매업과 이와 부대 되는 사업 일체다. 주소는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장로 107번길로로, 현재 호텔농심 건물이다. 대표자는 박훈 대표다.

허심청브로이는 2002년부터 호텔농심 내에서 운영하는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독일 맥주 제조 시설사인 슐츠에서 한 번에 맥주 20만ℓ를 생산·보관할 수 있는 양조 설비를 약 30억원에 들여와 수제 맥주를 생산했다. 허심청이라는 펍을 함께 운영하며,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수제맥주 양조장으로 이름을 떨쳤다.로이 양조장은 금정, 커피에일, 배홍동 맥주 등을 제조해 판매했다. 호텔 야외마당에서 지역 수제 맥주 축제인 ‘허심청브로이 옥토버페스트’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 사업을 위해 호텔농심은 허심청브로이라는 제조법인을 세우고 주류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으로 뒀다.

그러나 자본잠식에 놓인 호텔농심이 지난해 호텔사업부문을 농심에 양도하면서 해당 사업도 농심으로 양도됐다.

농심 관계자는 “호텔사업부문을 양수하면서 기존에 있던 양조장 설비의 영업 허가를 얻기 위해 신규 법인을 출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농심이 이 양조장을 활용해 주류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농심은 2021년 배홍동 비빔면의 이름을 딴 ‘배홍동 맥주’를 허심청브로이와 협업해 출시한 바 있다. 이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주류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호텔 경영이 악화한 상황이라, 우선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주류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호텔농심은 고(故)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운영하는 메가마트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였다.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동래관광호텔을 인수해 2002년 242실 규모의 특급호텔로 신축하며 설립됐다.

2016년 5성급 호텔로 등록되는 등 농심그룹 알짜 계열사로 꼽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고꾸라졌다. 2020년 영업손실 44억원, 2021년 영업손실 61억원을 냈다.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호텔농심은 지난해 4월 호텔사업부분을 농심에 양도했다. 농심은 해당 사업 양수에 따른 이전 대가로 25억원을 지불했다. 사업 양수 후 농심의 호텔사업부문 매출액은 199억원이다. 기존 호텔농심 법인은 메가마트로 흡수합병되면서 소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