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공모가가 희망공모가보다 낮아져도 갑니다.”

국내 1호 와인 수입 상장사 도전에 나선 나라셀라의 마승철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상장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과정”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아니라 나중에 어떤 회사가 되는가다”라고 말했다.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마 회장은 “지금 서 있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인데, 나라셀라에게 상장은 말하자면 다음 페이지”라면서 “불안하긴 하지만, 상장이 지금 서 있는 곳보다 더 넓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나라셀라는 국내 ‘빅4′ 와인 수입사 중 하나로, 1997년 설립됐다. 주류도매업을 하던 동아원그룹 계열사로 출발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나라셀라를 수입주류전문 물류 사업을 하던 마승철 오크라인(현 나라로지스틱스) 회장이 인수,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마 회장은 1984년 두산그룹 두산씨그램에 입사한 뒤 디아지오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까지 역임한 주류 전문가다. 2015년 12월 나라셀라를 인수한 후 해외 와이너리를 직접 돌며 상품을 확장, 200억원대였던 매출을 작년 1000억원 이상으로 키워냈다.

마 회장은 “디아지오에 근무할 당시 주류 시장의 변화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면서 “당시 눈여겨본 것이 와인 시장이었는데, 한국의 인당 와인 소비량이 1병도 안 될 때였다. 당연히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나라셀라는 국내 와인 업계 최초의 상장사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23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절차 돌입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냈고, 오는 14일부터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일은 공모가 확정 후 일반 청약을 거친 5월 초로 잡았다.

희망공모가는 2만2000~2만6000원으로 책정했다. 상장 주관사 신영증권(001720)은 나라셀라 기업가치를 순이익(89억원)에 주가수익비율(PER) 23배를 적용한 2057억원으로 산정했다. 할인이 적용됐지만, 글로벌 와이너리의 PER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PER까지 가산했다.

마 회장은 “국내 와인 수입사 중 상장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보니 주관사가 그나마 사업 구조가 비슷한 회사들을 비교군에 넣어 공모가를 산정했다”면서 “고평가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알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를 넘어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마 회장과의 일문일답.

-와인 수입사로는 최초의 상장 도전이다. 상장에 나선 이유가 있나.

“2015년 12월 나라셀라를 인수하고 6개월 만인 2016년 6월 전 직원들과 함께 간 워크숍에서 ‘68장’을 공표했다. 200억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을 600억, 800억, 또 1000억원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매출 1000억원을 이룬 지금,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상장을 택했다.”

-상단 기준 2만6000원 희망공모가액은 마음에 드나.

“증시 불황 등으로 지난해 10월 예비 심사 청구 당시 정했던 주당 예정 발행가격(2만5000~2만8500원)보다 일부 낮아졌지만, 큰 의미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상장 이후로도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가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주가는 당연히 뒤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제조도 없는 수입사로, 고평가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LVMH가 비교 대상 기업에 포함되는 등 문제로 고평가 문제가 제기됐다는 걸 알고 있다. 상장 주관을 맡은 신영증권이 해당 기업을 포함했는데, LVMH의 PER은 기업 가치 산정에 활용한 다른 해외 비교 기업들 대비 그다지 높은 PER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울러 미래 사회에는 제조 회사의 기업 가치가 더 낮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고정비가 있고, 다양성도 떨어진다. 나라셀라의 경우 수익률을 잘 가져갈 수 있는 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고, 또 제품 개발에 드는 비용 없이도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와인 수입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 경쟁력은 무엇인가.

“와인 수입은 단순히 좋은 와이너리를 방문해 많은 와인을 가져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와인을 가져오기 위해 와이너리와 관계를 쌓아야 하고, 국내 시장에 맞춰 브랜딩을 해야 한다. 국내 와인 시장이 커지면서 신규 수입사가 늘었지만, 점유율은 미미한 이유다.

단순히 많은 물량을 계약해 가격을 낮추고 싸게 판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와인은 가격이 떨어지면 브랜드가 죽는다. 과거 ‘많이 가져가서 많이 팔아줄게’ 하는 국내 수입사를 택했던 와이너리들이 이제는 브랜드를 지킬 수 있는 와인 수입사를 찾는다. 나라셀라는 브랜드를 지킨다.”

-브랜드를 지킨다는 게 무슨 말인가.

“나라셀라의 핵심 역량이 제품을 가져오게 되면 제품을 소중히 여기고 키우려고 하는 것이다. 보통 다른 회사들은 물량으로 계약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좋은 와인을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와인을 들이면 더 많이 팔기보다 좋은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다.

나라셀라는 국민 와인으로 불리는 ‘몬테스 알파’의 독점 수입사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은 미국 나파밸리의 고가 와인을 많이 갖추고 있다. ‘100개 팔아 줄게’ ‘200개 팔아 줄게’라고 약속하지 않고, 해당 와인에 맞는 채널이 식당인지, 소매점인지까지 따져 알맞게 판매한다.”

마 회장은 국내로 와인을 들이기 전 꼭 해당 와이너리를 방문해 직접 계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입사의 수장이 직접 와이너리를 찾아 사업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와이너리를 찾으면 꼭 해당 와이너리의 관계자들과 식사 자리를 함께하며 신뢰를 쌓는다.

그렇게 들여온 와인은 할인해 팔지 않는다. ‘1+1′으로 혹은 ‘반값’에 팔리는 와인으로 야외에 진열돼 해당 와인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각 와이너리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현지 모니터링에서 나라셀라는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와이너리를 찾을 땐 꼭 아들 마태호 나라셀라 브랜드부문장 이사와 동행한다. 대를 이어 와인을 만드는 전통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마 회장은 2015년 말 나라셀라를 인수함과 동시에 마 이사에게 나라셀라로 들어오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 이사는 미국에서 의사로 일했다.

마 회장은 “와인 사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신뢰를 쌓는 일이다. 아들과 와이너리를 찾아 수입사임에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전통을 추구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면서 “기억나지 않지만, 아들을 회유할 당시 상장도 할 거니 꼭 같이해달라고 말했다더라”고 말했다.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상장 공모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와인을 수입해 판매처로 넘기는 것을 넘어 유통을 정말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우선 공모자금을 활용해 강남권과 강북권에 도심형 물류센터 구축하려 한다. 이 물류센터는 곳곳에 있는 와인 소매점의 재고 창고 역할로,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즉각 배송해 줄 예정이다.

소매점과 손잡고 와인 스마트오더를 하고 있는데, 소매점이 가장 우려하는 게 바로 재고다. 매장이 작고, 또 비용이 부담돼 못 가져간다. 나라셀라 물류센터를 활용해 이들 소매점의 재고를 안고, 즉시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춰 좋은 와인을 더 편하게 만날 수 있게 하려 한다.

또 오픈마켓을 활용해 그동안 독점 계약으로 구축했던 와인 포트폴리오를 조금 더 넓히려고 한다. 미국 와인과 칠레 와인으로 그동안 탄탄한 성장을 이어왔다면 이제는 더 많은 와인을 다루는 수입사로, 또 와인 외에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 상품군도 조금 더 늘릴 계획이다.”

-오픈마켓으로 가면 독점·고마진 구조가 깨지지 않나.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꼭 하는데, 올해 직원들한테 얘기한 게 있다. ‘이제 더 이상의 수입사는 아니고 우리는 유통사로 간다.’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즉시 배송으로 소매점을 연결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직영 소매 판매점인 ‘와인타임’도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다.

우리가 유통 체계를 제대로 가지려면 직접 수입하는 오픈마켓도 늘릴 수밖에 없다. 물론 원가율이 올라가고 덩달아 영업이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회사 매출이 커지면 영업이익률도 중요하지만, 매년 꾸준히 영업이익을 늘려나가는 게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제품을 수입할 때 20% 마진에서 60%까지 가는 마진의 구조를 다양하게 구성해 전체적으로는 성장을 계속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영업이익률이 10%라도 매출이 2000억이 되면 200억이 된다. 지난해 나라셀라는 연결 기준 1072억원 매출에 12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공모자금 사용 목적에 있는 와인 문화공간 구축은 무엇인가.

“지난해 말 완공한 강남구 신사동 사옥 도운빌딩을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와인을 진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예컨대 2층 공간은 와인을 만드는 현지 와이너리와 영상으로 실시간 연결해 포도의 수확 모습 양조의 과정도 살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와인 수입으로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닌 와인을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곳에 와서 와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즐기고,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나눠, 조금 더 바람직한 와인 소비가 되게 하고 싶다.”

-와인 시장 전체를 위함인가.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해야, 나라셀라도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주류를 소개할 때 방법이 잘못되면 반짝 뜨거울 수 있지만, 식는다. 개인적으로는 수입 맥주가 마케팅에 활용한 4캔 1만원 행사가 결과적으로는 수입 맥주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막았다고 본다.

4캔에 1만원, 개당 2500원으로 가격이 고정됐고, 각각의 맥주가 가지는 차별성을 잃게 했다. 좋은 것을 좋게 여길 수 없는 시장이 돼 버렸다. 그런 면에선 와인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싸게 좋은 와인을 사는 게 아니라, 좋은 와인이 주는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

-국내 와인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나.

“와인 시장은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매년 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0~40%씩 뛰었다. 덕분에 올해는 성장이 조금 정체할 수 있다고 본다.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히고 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선 성장할 것으로 본다. 아시아 국가 중 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진 한국의 와인 소비량은 2021년 기준 인당 약 1.9병이다. 와인 문화가 조금 더 빠르게 진입한 일본의 경우만 해도 와인 소비량이 인당 3.6병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상장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상장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기보단 상장이 나라셀라라는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의 발판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나라셀라의 비전은 ‘풍요’와 ‘공감’이다. 와인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또 와인을 마시는 동안 사람들이 더 많이 연결되길 원한다는 의미다.

상장으로 더 좋은 와인을 많이 들이고, 좋은 와인을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유통 체계를 구축해 나라셀라의 와인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조금 더 풍요롭고 더 많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와인은 누가 뭐래도 술이지만, 그럼에도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장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