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밀키트 회사 프레시지는 고공 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싼 외식 가격은 집밥 열풍으로 이어졌고, 2016년부터 경험을 쌓아온 프레시지는 밀키트 업계 점유율 1위(약 70%) 회사로 올라섰다. 최고의 식품을 가리는 '2022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프레시지는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날이 따뜻해지며 다시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회사들보다는 전통적인 유통회사들인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가 약진하기 시작했다. 봄이 왔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푸드테크 기업들은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프레시지 본사에서 만난 박재연 프레시지 대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유니콘 후보로 꼽혔던 회사들마저 휘청거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가 '지속 가능성'을 언급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지난 2021년까지 외형 확대와 함께 이어진 손실 때문이다. 프레시지는 이달 또는 다음달 중 지난해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박 대표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등 환경에 큰 변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계획하고 노력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전년도에 비해 영업적 측면에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지가 밀키트 업계 1위로 올라선 계기는 밀키트 수요가 폭증해 쿠팡, 이마트(139480)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밀키트를 내놓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제조업자 개발 생산(ODM)을 맡은 것이다. 이마트 '피코크', 쿠팡 '곰곰' 등의 브랜드가 붙은 밀키트 상품은 프레시지가 제작한다.
이들이 프레시지를 찾는 이유는 밀키트의 생산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밀키트는 재료 손질, 소분, 보관, 소스 배합 등 복잡한 공정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밀키트를 만들어서 팔고 싶은 업체 입장에서는, 직접 공장을 세워서 하는 것보다 이미 그 생산 라인을 확보하고 있는 프레시지에 위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최근 이어지는 물가 상승에 대해서 박 대표는 "외식과 가정간편식(HMR) 가격 차이가 심해지는 건 프레시지에 기회다"라며 "공장 가동을 결정하는 품목수(SKU) 생산 기준을 올려,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 공장 최적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원재료 구매처를 통일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 단위로 수매를 해 안정적으로 가격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올해 밀키트 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에 대해 묻자, 박 대표는 "저용량, 가성비 위주의 '1인 밀키트' 수요가 늘어나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해 소용량 패키지를 다양화 해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밀키트를 11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프레시지는 진출 국가를 15개로 늘리고, 수출액을 300만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밀키트 생태계를 키우고자 한다"며 "해외 생산 공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은 수출입 규제가 많아 해외 현지에서 조달해거나 생산해야 하는 품목들이 있다"며 "싱가포르 등 각지에 있는 라자다 레드마트, 푸드판다 등 협력 파트너들과 손잡고 해외 제조 공장 등을 활용해 시범적인 형태로 해외 제조를 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베트남, 태국에서는 현지 파트너들과 제조 인프라를 활용한 제품 개발, 제조를 통해 제3국 수출과 국내 수입 제품 OEM 생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지가 해외 진출과 더불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유명 맛집의 조리법을 그대로 재현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제조하는 'IP 퍼블리싱 사업'이다. RMR은 유명 식당의 인기 메뉴를 집에서 먹을 수 있어 현대그린푸드(453340), CJ푸드빌, 풀무원(017810) 등 기업들도 앞다투어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박 대표는 "최근 컬리 등에서 팔고 있는 도산분식 떡볶이가 성공적인 사례"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떡볶이를 선택하되, 레트로 감성을 살려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말 컬리를 통해 중앙해장 한우양해장국을 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줄서서 먹는 삼성동 맛집이라, 직접 가도 쉽게 먹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합병한 허닭, 테이스티나인, 닥터키친 등의 회사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회사를 창립한 주요 멤버들이 현재도 포진해 있으며, 앞으로를 위해서도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현재 프레시지의 밀키트 1만원~1만5000원대 제품군부터 허닭의 1000원~3000원대의 저가 제품들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